염세적이지만, 그래도 계속 쓸 것이다

by부소유

인사동 경복궁 근처 창작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나는 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메일함에 쌓인 반송 메일들, 아무 답장도 없는 투고 메일들이 떠올랐다. 오늘 특강을 듣고 나면 뭔가 달라질까. 솔직히 기대보다는 의무감으로 온 것이었다. 출판 관련 행사장에 올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를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씽크스마트 출판사 김태영 대표가 들어왔다. 흰 머리가 많은 중년 남자였다. 그는 자기소개 대신 질문을 던졌다. 바카라을 한 권 이상 내신 분? 몇 명이 손을 들었다. 나는 손을 들 수 없었다. 공모전에 수십 번 떨어지고, 투고는 답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니까.


그의 첫 마디는 냉정했다.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8만 개쯤 있는데, 1년에 2종 이상 바카라을 내는 곳은 10퍼센트밖에 안 된다고 했다. 서점에서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받아가는 출판사가 2천 개 정도. 실질적으로 출판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동안 100여 곳에 무작위로 메일을 보냈다.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김 대표는 출판을 아이 낳는 것에 비유했다. 저자는 아버지가 되고 출판사는 엄마가 된다. 얼마나 많은 진통을 겪어야 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의 흰 머리가 그 증거라고 했다. 400종을 출간하면서 이렇게 됐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농담 속에 출판의 무게가 느껴졌다.


아침에 출근하면 투고 메일이 30통쯤 온단다. 요즘도 여전히. 나는 그 30통 중 한 통이었던 적이 있다. 아니,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답을 받은 적은 없다. 김 대표는 말했다. 직업적으로 출판을 하려면 냉정할 수밖에 없다고. 출판사도 그 바카라 팔아서 먹고살아야 하니까. 가족도 있고 직원들도 있으니까. 선택의 기준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신간의 수명이 일주일이라는 말에 숨이 막혔다. 일주일 동안 한 권도 안 팔리면 무조건 반품된다. 바카라을 팔 수 있는 곳은 교보, 영풍, 예스24, 알라딘, 쿠팡 정도. 동네 서점은 계산법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판매량이 적다. 서점들은 이제 바카라보다 문구나 굿즈나 음반 쪽으로 전향하고 있다. 팔리는 바카라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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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와 어문계를 오가며 공부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15년 차 엔지니어이자, 소설을 쓰는 에세이스트입니다. 읽기와 쓰기, 기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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