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은 1980년 대 중반 대한민국 상공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괴물이 발견된 것은 경기도 연천의 작은 골짜기였습니다.
당시 일곱 가족이 모여 계곡에서 물놀이 중이었고, 그 중 열 다섯 동갑내기 소년과 소녀가 섞여 있었습니다.
지애의 모습은 늘 그렇듯 아름다웠습니다.
지애는 하얀 반팔 티셔츠에 짧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물에 젖은 지애의 모습은 반짝였습니다.
그날 지애가 제게 말을 했습니다.
"저기봐.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 있어."
물놀이를 하던 지애가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저는 하늘을 보았고 하늘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애에게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 보인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지애는 토라졌습니다.
*
지애를 다시 만난 것은 삼사 년이 지난 서울 노량진의 재수 학원에서 였습니다.
지애는 발을 까불고 있었고 저는 지애가 발 까부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었지요.
우리는 이제 스무살이 되었고 지애는 더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
지애는 장난끼를 숨기려는 듯 수업 시간 내내 짧은 머리를 묶었다 풀길 반복했고 저는 뒷자리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는 재수 학원에서 일 년을 보냈고, 다음 해 지애는 원하는 대학에, 저는 재수학원에 남게 되었습니다.
지애가 재수학원을 떠나던 날 지애가 말했습니다.
"나, 정말 그때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봤어."
그렇게 말하고 지애는 저를 떠났습니다.
나는 슬펐습니다.
*
생각해보면 인생은 말할 수 없는 것 투성이입니다.
누군가는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그 사람이 보았다는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지애에게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보았다고 말하기에는,
저는 너무나 쑥스러웠습니다.
저는 지애와 같은 대학에 가겠다고 삼수를 하며 생라면을 으득 깨물며 공부를 하다가,
지애를 닮은 다른 여자 아이를 사귀기도 하고 결국 대학 진입엔 실패합니다.
그리고 저는 군대를 갔습니다.
*
군대는 차가운 곳이었습니다.
이등병 때 선임이 제 앞에서 라면을 후루룩 드시면,
저는 지애를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지?"
상병이 되어 후임의 앞에서 제가 라면을 후루룩 먹을 때에도,
저는 지애를 생각했습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밤.
저는 지애에게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째서 라면 스파게티 괴물 따위를 믿는거야?"
지애가 되물었습니다.
"어째서 날으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믿지 않는거야?"
내가 대답했습니다.
"증명할 수 없으니까."
지애가 다시 물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증명할 수 없잖아?"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
전역을 하고 군인 정신으로 다시 재수학원에 입성.
저는 다음 해 지애가 다니던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지애는 이미 대학을 떠나 있었습니다.
학관 식당에서 만난 지애는 예쁜 온라인 게임인 차림을 하고 저에게 라면을 사주었습니다.
저는 그 앞에서 후루룩 라면을 먹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지애의 앞에서 라면을 먹는 동안,
의외로 떠오른 것은 군대에서 라면을 먹고, 라면 먹는 것을 구경하던.
선임과 후임의 얼굴이었습니다.
지애가 떠나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오랜만에 만나고도 그렇게 라면만 먹냐?"
"응."
나는 라면이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애는 떠났습니다.
*
대학에 다니며는 기타를 치거나 데모를 하는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걷고 싶던 대학에 지애는 없었고,
지애가 없던 학교 밖엔 지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는 지애를 따라 다니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밴드를 따라다니던 여자 후배와 잠을 잤고
후배에게 저는 물었습니다.
밴드 이름은 날으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었고, 후배는 공연마다 맨 앞자리로 뛰쳐나와 밴드 이름을 크게 외치던 소녀였습니다.
"너는 하늘을 나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본 적이 있어?"
후배가 나를 보았습니다.
"그럼요 당연히."
"정말?"
"네."
"어떻게 생겼는데?"
후배는 정말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저를 보았습니다.
"이렇게요."
후배가 나를 보며 대답했습니다.
"에이."
나는 라면 먹던 젓가락을 놓았습니다.
우리는 졸업 후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다 결혼했습니다.
*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고 온라인 게임을 옮기고 회사에서 버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 지애 생각이 났지만 그럴때마다 그것이 군대 후임들 앞에서 먹던 라면이 생각난 것인지, 지애가 떠오른 것인지
저는 헷갈렸습니다.
예전처럼 괴롭거나 절박하지도 않았습니다.
지애가 생각이 나면, 그냥 생각이 나는구나, 요새도 라면을 좋아하려나, 왜 나에게는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 보이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정확히는 어제 밤.
지애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지애의 목소리에 예전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잘 있었어?"
지애가 물었습니다.
"응."
내가 대답했습니다.
"왜 그간 연락도 한번 없었니? 서운하게."
"그냥."
재수학원에서 보던 지애의 뒷 모습과 물에 젖은 하얀 티셔츠와 호기심을 참으려 발을 까불던 지애의 발동작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결혼은?"
"했지."
"잘했네..."
지애의 목소리가 쓸쓸했습니다.
통화 말미에 지애가 물었습니다.
"너는 왜 한번도 내게 하늘을 나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어?"
지애가 물었습니다.
"내가 그랬나?"
"응."
*
지애는 떠났습니다.
저는 끝까지 지애에게 하늘을 나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저에겐 사랑이 그런 것이니까요.
이 글은 여름 작가님의 제안에 의해, [라면 단상]이라는 소재의 릴레이 글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주자 분은 재미없을 것 같은 검찰 수사관 생활을 재미있는 문체로 풀어내시는 Ubermensch 작가님입니다.
날아다니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은 그냥 한번 써봤습니다. 막 술술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네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남자가 라면 스파게티 괴물을 먼저 보는 쪽으로 감정선을 잡아서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많네요. 눈이 너무 빨게요. 근데도 밤에는 계속 깨네요. 일을 할 때는 피곤해요. 근데도 밤에는 계속 일어나 있고 싶네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건필하세요.
근데 여러분은 정말 날으는 라면 스파게티 괴물이 정말 있다고 믿으시나요?
다음엔 정말 로맨스물 제대로 써보고 싶네요. ㅋ 건필하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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