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록과 쩝쩝의 상관관계

byAnima

아침마다 15분에서 20분 동안 하는 잠자리 체조를 하고 생강꿀차를 마시려고 거실로 나왔다.

팔다리가 허여멀건한 막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자기가 먹을 밥이다.

우리는 각자 먹고 각자 치운다.

생활 패턴과 음식 선호도가 달라도 너무 달라 맞추기가 어렵다.

늦잠 자던 애가 웬일이야? 어디 가니?

센터 가서 운동 좀 하고 오후에 친구 만나러 갈 거야.

커뮤니티 센터 헬스장에서 가끔 운동을 한다.

등록을 했으면 자주 갈 것이지 띄엄띄엄 가고 싶을 때 가는 것 같다.


헬스는 뭐 하러 다녀, 단지에 숲길 많아 뛰기도 좋은데.

참, 한다고 가져간 아령은 잘하고 있어?


잠자리 체조 종목의 하나인 아령 들기가 잠시 중단된 것은 막내가 빌려 갔기 때문이다.

한쪽이 2kg, 두 개 들면 4kg 무게다.


응, 저기 있어. 내일 할 거야.

안 하면 도로 가져간다. 요즘 입맛이 돌아 몸무게가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야.

엄마는 체중에 강박이 있는 사람 같아.

신경은 내가 써야 하는데......


어떻게 뺀 살인데 또 찌면 안 되지.

살찌면 건강에도 좋지 않으니까.


엄마는 매일 걷기만 한다고 좋은 게 아니야.

근육을 키워야지. 근력운동을 해야 돼.

핸드폰만 열면 이거 먹어라, 저거 먹지 마라,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 머리가 어지럽다.

어제 좋다고 먹은 것이 나쁘다니 솔깃하고, 어제 좋다고 한 운동이 이러이러해서 좋지 않다고 하니 또 종목을 바꾸어야 하나 잠시 흔들린다.

그에 맞춰 사는 게 힘들어 내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먹고 걷자고 편히 생각하려 한다.

길벗들은 속도 모르고 살이 빠졌네, 날씬해졌네, 평가하는데 옷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말로 웃어넘긴다.

한식뷔페를 먹고 걸으러 갈 때는 일부러 더 붙는 옷을 입고 나간다.

과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막상 가면 그게 되나,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몸매가 달라짐을 피할 수가 없다.

과식을 피하려고 평소보다 조금 먹는다고 했는데도 가짓수가 많아 소식은 하지 못했다.


식당 앞에서 화장실에 간 사람을 기다리고 서있었다.

‘배 집어넣으세요’ 하고 사진 찍을 때가 아니라 무방비상태로 서있는데 한 길벗이 손가락으로 배를 찔렀다.

배가 볼록 나왔네.


어머, 왜 배를 찔러요!


아무리 나이가 나보다 많아도, 같은 여자라도 남의 몸에, 그것도 민감한 부위인 배를 찌르다니!

매일 젊은 차림새로 몸매를 과시하고 다니는 내가 눈에 거슬린 게 아닐까?

이제나저제나 내 배가 나오는 순간을 기다리다가 옳다구나, 찔러댄 것이 아닐까?


갑자기 중학교 때 담임으로부터 받은 수모가 떠올랐다.

담임이 주번교사였을 때 모범생 열 명을 뽑아 교내 청소 상태 점검을 맡겼었다.

임무를 끝내고 교실에 앉아 있었는데 ‘총 주번, 다 나와!’하는 소리에 복도로 나가니 담임은 대걸레를 들고 서있었다.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말을 들은 나는 잘난 체하고 선두에 섰는데 담임이 힘 좋을 때라 제일 많이 맞았다.

그리고 마무리로 대걸레 끝으로 배를 꾹꾹 찌르며 수모를 주었다.

나중에 우리는, 부부 싸움하고 와서 그 분풀이를 우리에게 한 것이라고 조잘대었다.


그때부터 내 배는 함부로 할 수 없는 배가 되었는데 다시 수모를 느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 자리에서 화를 내지 않으니까 그 여자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함부로 내 배에 손가락질을 한 것은 대판 싸울 일이지만 또 기회를 놓쳤다.

옆에 있던 사람에게 기분 나빴다는 말만 소곤거릴 뿐이었다.

그 길벗은 먹을 때 쩝쩝 소리를 낸다.

얼굴은 고상하고 입성은 품위 있는데 먹을 때마다 소리를 내니 위신이 깎이는 것 같아 언제 말을 해줄까 생각 중이었다.


막내야, 길벗 중에 먹을 때 소리 내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같이 먹을 때 너무 거슬려.

가족들도 알 텐데 말해주는 사람이 없나, 언젠가 말해줄까 생각 중이야.

엄마도 사과 먹을 때 가끔 그러거든.

나도? 사곽사곽 소리 아니야?

조심해야겠네.


얘기해주지 마. 가족들도 알 텐데 말 안 했겠어?


나이도 많은데 아직 그러는 거 보면 못 고치나 봐.

그래, 말하지 말자. 괜히 기분만 상하지.

누군가 말해줬을 텐데 고치지 못한 것을 한낱 며칠에 한 번 보는 길벗이 말해서 무엇하랴.

다음에 또 내 배를 유심히 보다가 한마디 하면 나도 쩝쩝 소리를 유심히 듣다가 한마디 해주련다.

쩝쩝이님, 내 배 신경 쓰지 마시고 품격에 맞게 조용히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