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사랑쌈

아버님과 할머님

by한현주


영주에 오기 전에는 밥 먹는 것은 그저 한 끼의 식사라고 생각했다. 영주에 와서 느낀 점은 어른들이 건네는 밥 한 끼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이 들어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무더운 7월, 오전 열한 시쯤 회사에 있는 편에게 연락이 왔다.

“아빠가 점심 먹자는데?”

남편은 바빠서 함께하지 못하지만, 나는 괜찮으냐며 연락이 왔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님에게도 연락이 왔다. 영주에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어 종종 함께 밥을 먹자고 연락 주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준비를 하고 아버님 차에 올라탔다. 남편과 여러 번 오고 갔던 익숙한 길을 달리는 동안, 나는 오늘은 칼국수를 먹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알고 있던 길과 달라졌다. 어라 여기는 칼국수 가게 가는 길이 아닌데?


“문을 닫았네.”

간판을 보니 돼지갈빗집이었다. 가려고 했던 고깃집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아버님은 다른 돼지갈빗집으로 향했다. 문득 몇일 전 남편에게 '되지갈비가 먹고싶어'라고 했던게 떠올랐다. 혹시 남편이 말을 한게 아닐까?


식당에 들어가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맞은편에는 아버님과 할머님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고기가 나오자 아버님이 고기를 구워주셨다. 영주에 와서 소고기나 삼겹살을 구울때면 항상 초대해주셨다. '제가 구울게요'하면 '아니레, 먹어' 라며 아버님이 항상 구워주신다.


“많이 먹어"

고기를 먹는 내내 아버님은 내게 많이 먹으라며 고기를 건내주었다. 그 말이 참 감사했다. 잘 먹는지 살피고, 더 먹으라며 걱정해 주는 챙김이, 마음이 간질간질 해졌다. 그래서 나도 무언가 해드리고 싶었다. 상추에 고기를 올리고 쌈을 싸서 두 분에게 내밀었다.

“사랑쌈이에요~.”

쌈을 받은 아버님과 할머님에게 미소가 띄었다. 두 분의 미소를 보면 덩달아 뿌듯해진다.


고기를 다 먹고 우리는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시원한 잔치국수를 먹어봤다. 짭짤하면서도 깊이 우러난 육수가 차갑게 나왔는데, 배가 부른데도 국물을 한 모금 먹으니 다시 입맛이 돌았다. 배가부른데 또 맛있게 먹는 나 자신을 돌아보곤 이러니 살이 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미뤄뒀다. 그만큼 감칠맛이 났다. 호록호록 신나게 다 먹었다. 할머님은 소식을 하셔서 아버님과 내가 작은 그릇에 국수를 조금씩 나누어드렸다. 소식은 본받아야하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계산할 때가 되자 아버님과 할머님이 서로 돈을 내겠다고 하셨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돈 있어요!”

그러자 할머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는 돈 쓸 데가 많으니 안 사도 된다.”

할머님 말씀에 한 끼를 사주는 것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걱정해주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된 차로 향하는데 아버님이 다시 어디론가 가셨다. 남편과 나를 위해 혈당을 잴 수 있는 기계를 사러 가신 것이었다.

그때 할머님이 지갑을 여셨다.

“이건 내가 살께”

나는 순간 어쩔 줄 몰랐다. 이미 밥도 사주시고, 고기도 실컷 먹었는데 또 무언가를 사주시겠다는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죄송했다. 그날 돌아오는 길에는 찐 옥수수까지 사주셨다. 사랑을 가득 먹고, 선물도 한가득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걸까. 몽글몽글 따듯한 느낌에 괜스레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무런 대가 없는 호의와 사랑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기에. 이 마음이 어찌할 바 몰라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나도 무언가를 더 해드리고 싶은 마음. 이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함이구나 싶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안부를 전하면 부모님은 늘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엄마가 말했다.

“내가 못 받은 사랑을 네가 받으니 다행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코끝과 함께 찡해졌다.


그러고 보니 몇일 전, 남편에게 돼지갈비가 너무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혹시 남편이 아버님께 말씀드린 걸까, 아니면 아버님이 내 마음을 알고 계셨던 걸까. 나에게 돼지갈비는 조금 특별한 음식이다. 어릴 때 무슨 날이 있으면 우리는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다. 아빠도, 할머니도 돼지갈비를 좋아하셨다. 엄마와 함께 살 때에도 돼지갈비를 먹었던 기억이 많다. 그래서인지 돼지갈비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먹고 싶었던 이유도 아마 그런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타지로 시집오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추억된 음식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새로운 가족과 함께 먹고있다. 아버님은 고기를 구워주셨고, 할머님은 많이 먹으라며 챙겨주셨다. 나는 두 분에게 사랑쌈을 싸드렸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가족이 된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함께 밥을 먹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서로에게 사랑 쌈 하나 싸주고, 무언가가 생기면 서로를 생각하는 것. 그런 작은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가족이라는 이름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날의 돼지갈비는 배를 채워준 음식이었지만, 내게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채웠다. 나는 이곳, 영주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평범한 모습으로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당연한 것도 아니다. 감사한 일이다.


“많이 먹어라.”

그 한마디에 담긴 마음처럼.

혹시 당신에게도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음식이 있는가.

어릴 적 가족과 먹었던 음식일 수도 있고, 누군가 배가 고플때 사준 음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늘은 그 음식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먹어보는 건 어떨까.

한 끼의 음식이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고, 그 기억이 또 새로운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에게 응원과 메세지는 힘이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시집 #신혼이야기 #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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