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식탁

영주 시댁은 어떤 음식을 할까?

by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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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 이사 온 뒤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식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혼자 살 때랑 다르게 음식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됐고, 반찬 숫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홀로 독립했을 땐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김치찌개 하나만 있어도 밥을 먹었다. 종종 라면을 끓어먹기도 하고,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한다.


'오늘은 뭘 해주지?'


이제는 '내가 먹을 음식'이 아니라 '우리가 먹을 음식'을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났다.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 말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 요리를 할 때 실감 난다. 동시에 바카라임감도 느껴진다. 내가 만든 음식을 남편이 먹고 하루를 시작하며,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것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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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식탁에는 생각보다 여러 음식이 올라간다. 함께 살기 전에도 남편에게 해주었던 김치찌개와 미역국, 계란말이, 연어 회 등이 있다. 그때는 남자친구에게 해주는 음식이었다면 지금은 남편과 함께 먹는 음식이 되었다는 점이 참 좋다. '이 음식을 남편이 먹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하루하루 주방이 조용할 날이 없다. 사람이 달라진 것은 아닌데 우리의 관계가 달라지니 같은 밥상을 차리는데도 다른 마음이 들어간다. 한 가지 꼽자면 바로 '채소'다. 사실 남편과 나는 건강식을 먹겠다고 샐러드를 한 대접씩 먹는 사람은 아니다.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가 생겼다. 바로 '자연스럽고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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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채소를 음식에 조금씩 넣어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은 파프리카다. 다행히 파프리카는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채소중 하나다. 잘게 다져 계란말이에 넣고,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 맛을 냈다. 처음에는 계란말이에 파프리카를 넣는다고 특별히 달라질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파프리카 특유의 맛과 아삭한 식감이 계란과 잘 어울렸다. 파프리카를 통으로 접시에 썰어놓으면 손이 잘 가지 않을 때가 있는데, 계란말이에 넣으니 색도 예쁘고 자연스럽게 손이갔다. 남편도 '어떻게 파프리카를 넣을 생각을 했어? 맛있다'라며 한 접시를 뚝딱 비웠다. 이런 식으로 우리 가족의 식탁에는 채소를 조금씩 넣어가고 있다. 억지로 건강해지려고 먹는 음식보다, 맛있게 먹으면서 우리 가족이 건강해지는 것이 내 첫 번째 목표다. 조금 더 싱싱한 채소를 위해 정원을 만들어보았다. 대파를 심고, 상추와 깻잎을 심었다. 싱싱하게 잘 자라는 미니 정원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정원에 꽂아 놓은 대파 이외에는 전부 손질해서 냉동실에 얼려둔다. 두 사람이 사는 집에는 대파를 많이 먹지 않으니 상하지 않게 소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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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기 전에는 도시락을 쌌다. 남편 회사에서는 식대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식비를 아끼느라 도시락을 싸는 것은 아니다. 내 꿈을 응원해 주는 남편이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니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더 해주고 싶었다. 같은 돈가스라도 밖에서 튀긴 음식보다 집에서 해준다면 건강에 무리가 덜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직접 만든 튀김도 넣고, 남편이 좋아하는 양파절임도 넣는다. 계란말이를 넣을 때도 있고, 소풍 때 맛있게 먹던 기억이 있는 소시지도 구워 넣어본다. 도시락을 열었을 때 괜히 반가울 것 같은 음식들을 넣어보았다. 적어도 사 먹는 음식보단 맛있지만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미리 만들어두는 것보다 갓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기에 아침 일찍 도시락을 만들었다. 남편이 준비하는 동안 나는 부엌에서 반찬을 만들고 밥을 담고, 도시락통과 얼음물, 매실차도 준비해 둔다. 종종 남편이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아침을 해준다. 토르티야에 피자 소스를 얹고, 계란과 양파, 치즈를 좀 올려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을 골고루 잡는다. 돌돌 말아 종이와 비닐에 잘 감싸주면 출근하면서 든든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결혼하고 나서 생긴 새로운 풍경에 뿌듯해진다. '나도 이렇게 부지런해질 수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최근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반찬이 상하는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괜히 먹고 탈이 나는 것보다 여름에는 도시락을 스킵하고 늦가을쯤 도시락을 싸주는 게 났다고 생각했다. 날이 선선해지면 다시 도시락을 채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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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못 먹는 음식이 있다. 나는 멍게, 해삼, 굴, 미역 냉채, 오이냉채를 못 먹는다. 특별히 알레르기가 있다기 보단 냄새를 못 맡는다. 남편은 김치, 배추, 굴, 무, 향이 없는 채소를 안 먹는다. 참고로 오이나 씨앗 류는 알레르기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연애를 하며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남편이 연어회와 된장찌개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시할머님이 깜짝 놀라는 일이 있었다.


"된장찌개를 먹나?"

나는 조금 뿌듯한 마음으로 말했다.

"네. 밥 두 그릇을 찾던데요?"

"네가 해주면 먹나 보다"


그 말을 듣는데 기분이 묘했다. 나는 남편이 원래 된장찌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애호박 찌개를 맛있게 먹은 가게가 있다며 나를 4시간이나 걸리는 전라도로 데려간 적이 있다. 그 맛을 보고 나는 '내가 끓일 수 있겠는데?' 싶어 집에서 해준 적이 있다. 남편은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처음에는 여자친구가 만들어준 음식이라 맛있다고 해주는 줄 알았다. 내가 뭐든 잘 먹으니 남편도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아버님과 할머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남편은 생각보다 음식에 확고한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잘 먹지 않았는데, 나는 그게 부럽기도 했다. 나처럼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 아니니 몸매 관리가 잘 되는 거였구나 싶었다. 우리 남편은 내가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한다. 입이 짧다던 남편이 그렇게 말하고는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는 것을 보니 이제는 '아, 정말 맛있어서 먹는구나'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요리를 더 잘하고 싶어졌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더 알아보고 싶어 졌고, 건강하게 요리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다양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남편은 '지금도 진수성찬이야'라고 말하지만, 옆에서 이렇게 잘 먹어주니 예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가족이 건강한 음식을 먹되, 먹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나는 거창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근사하게 한 상을 차려낸다고 하기에도 부족하다. 가끔은 사람인지라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남편이 '계란 프라이만 있어도 난 좋아!'라고 해준다. 그 말을 들으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또 요리를 몇 가지 뚝딱 해낸다. 영주에 이사 와서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좋아졌다. 심장 졸이며 오늘은 누가 싸울까 하고 무서워하는 가족이 아닌, 잔잔하지만 그 안에서 나를 아껴주고 생각해 주는 따뜻한 가족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식탁이 더 따듯한 밥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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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득 밥상을 차리면 남편은 국을 떠간다. 내가 뜨거워할까 봐 꼭 자기가 들고 간다고 한다. 함께 밥상 앞에 앉으면 '고생했어요, 고마워'라고 말해준다. 더운 날 본인이 더 고생했을 텐데, 빼놓지 않고 고맙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예뻐 오늘도 힘이 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오늘은 뭘 해 먹지?

그리고 그 생각 끝에는 자연스럽게 이 말이 따라온다.

오늘은 울이 가족이 뭘 먹고 싶어 할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또한

가족의 식탁에 어떤 추억이 있는지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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