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것

byMy Way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 또래 친구들에게 유행하는 것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PC방에 가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자전거 라이딩이었습니다. 그 또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제 아들도 친구 무리에 섞여 자전거 라이딩을 가고 싶어 했습니다.

문제는 집에서 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곳에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곳이 있는데, 거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것 자체가 아니라, 안전 장비도 없이 초등학생들끼리만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고 말이죠.


아들은 엄마 아빠의 반대 앞에서 반박하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안전’을 위한다는 마음은 이해하면서도 몹시 서운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저희는 다른 방법으로 아들의 서운함을 달래주었습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보드게임도 하고, 아빠와 탁구도 치러 가며 친구들과의 ‘자전거 라이딩’쯤은 잊을 수 있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대학 3학년이 된 아들은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떠난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죠.


“누구랑? 언제?”

“아들, 좋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와 남편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저는 아들의 말을 듣고 마음이 어수선해졌습니다. 가족 여행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가봤던 게 다였던 아들이 친구들과의 첫 여행을 일본으로 잡다니... 하마터면 ‘왜?’라고 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아들의 통보에 그저 ‘좋겠다’고 응수했습니다. 저와 달리 오롯이 아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들의 첫 해외여행 멤버는 과학고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미 제가 다 알고 있는 아이들이었고, 엄마들과도 친분이 있던 터라 일단 걱정이 하나 덜어졌습니다. 게다가 그중 한 명이 일본어를 잘한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걱정 한 꺼풀이 더 벗겨졌습니다. 4박 5일이란 기간 동안 오사카, 교토 등을 갈 예정이라며 계획을 설명하는데, 단단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여 다시 한번 마음이 놓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대학생 청년들의 해외여행일 뿐이겠지만, 제 눈엔 마냥 어리게만 보여서 그런지 완전히 마음이 놓이진 않았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엄마에게 연락을 해볼까 망설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제 선택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아들을 믿기로 한 겁니다. 그 길로 저는 남편과 상의하여 엔화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변동되는 환율을 보며 조금씩 환전을 했습니다. 아들이 친구들과 가는 첫 해외여행인 만큼 엔화로 용돈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외가 식구들도 아들의 일본행을 대견해하며 용돈을 보태주었습니다.


대학생들만의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저렴한 항공편을 위해 시간을 희생하고 먼 거리를 감수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튼튼한 두 다리로 가능하면 걸어 다녔고, 한 끼 정도만 꼭 먹어보고 싶은 비싼 식사를 예약하고 나머지는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아들이 일본 여행을 갔어도 저희 집 아침 루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굿모닝’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죠. 다만 여행이니 사진도 좀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아들은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맛있게 먹은 식당에서, 구경하러 간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죄다 음식과 풍경 사진만 말입니다.


“아니, 우린 네 사진이 갖고 싶다고.”


겨우 졸라 받은 사진은 친구들과 셀카로 찍은 단체 사진 한 장뿐이었습니다.


아들은 친구들과 추억을 쌓은 뒤 집에 왔다가 다음 날 대전으로 올라갔습니다. 여행 가방 안에는 일본 과자들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용돈을 주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엄마 아빠를 위해서는 일본 차를, 사촌 동생들에게는 기념이 될만한 작은 키링들을 준비하는 센스까지 보였습니다.


그 이후, 아들의 여행은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주로 친구들과 일본을 갔고, 동남아 여행도 계획하는 듯했습니다.

사실, 여전히 걱정은 됩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그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아들은 매번 어딜 가는지, 누구랑 가는지 알려주려 노력합니다. 허락이 아닌 통보의 형태라도 말입니다.


저희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걱정에 대한 마음은 비추더라도 그 이상의 토는 달지 않습니다. ‘무슨 돈으로 여행을 가는 거니, 왜 이렇게 자주 가니’ 같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용돈을 모아 가성비 좋게 잘 다녀올 걸 아니까요. 게다가 요즘 아이들과 우리 때의 여행은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까지도요.


이제 그들의 세상을 받아들일 때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들.

월요일과 목요일에 연재 중인 <박사 둘, 학사 하나>가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현재 30번째까지의 에피소드 초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속도를 늦춰야 할 것 같습니다.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가제)>의 퇴고가 시작되었거든요.

온라인카지노에 들어와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읽어야 하고, 댓글 달아주신 것에 답글도 달아야 하는데, 현생도 있다 보니 도저히 여력이 안 되네요.

부득히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매주 목요일 하루만 연재를 해야할것 같습니다. 작가님들 방에도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들르겠습니다.


항상 들러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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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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