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카투사 도전에 ‘꽝’을 받아 든 직후, 더 큰 고민에 빠져들었습니다. 취업을 하자니 군대 문제가 걸려있고, 진학을 하자니 연구가 본인에게 잘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우스갯소리를 던지며 걱정을 덜어주려 했습니다.
“아니야, 넌 잘할 거야. 엄마 아빠가 대학원생일 때 네가 뱃속에 있었으니 아마도 넌 모태 연구자일 거야.”
하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것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들에게 ‘개별 연구’를 통해 연구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카이스트에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미리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제도들이 있습니다. 취업을 원하면 ‘인턴’을, 진학을 염두에 두면 ‘개별 연구’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식이죠. 개별 연구는 원하는 교수님께 직접 연락해 연구실 분위기를 익히고 연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제도로, 교수님 허락만 받으면 되고 연구 학점(1학점)으로도 인정됩니다.
남편의 말은 대학원 진학 쪽에 무게를 둔 것이었습니다.
“아빠 생각엔 학부 취업도 나쁘진 않지만, 취업 후에는 ‘카이스트’라는 간판 대신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직급과 직위가 달라지거든. 과학고와 카이스트라는 힘들고 치열한 과정을 겪은 만큼,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더 나은 위치에서 일할 수 있도록 대학원 가는 것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빠의 조언이라 하더라도 인생의 정답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강요하진 않았습니다. 아들은 신중하게 검토하더니 겨울 방학 때 개별 연구를 신청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기보다 대학원 진학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로 말이죠.
하지만 희망하는 교수님을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AI에 관심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않던 아들은 너무나 다양한 AI 분야 앞에서 결정장애가 생겼습니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 카이스트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어떤 연구실에 들어갈지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카이스트 출신이 아니라서 카이스트만의 시스템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하는 남편과 카이스트생이지만 그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부생 아들이 만나, 환상의 콤비가 아닌 환장의 콤비를 이루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두 가지 고민에 부딪혔습니다. 하나는 개별 연구를 진행할 연구실을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해서 좀 더 신중하게 고를지, 개별 연구용으로만 가볍게 고를지였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대형 연구실로 갈 것이냐, 소형 연구실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대형 연구실은 분위기를 익히긴 좋지만 저명한 교수님을 직접 뵐 기회는 적을 것 같고, 갓 임용된 교수님의 소형 연구실은 직접 지도받을 확률은 높지만 연구실 분위기 익히기엔 부족해 보였습니다.
아들은 연구가 뭔지, 연구실 분위기가 어떤지가 궁금했던 터라 개별 연구용의 대형 연구실을 선택했습니다.
남편은 나름의 기준으로 유망한 분야를 추려 몇 분의 교수님을 추천해 주었고, 아들은 그 목록을 바탕으로 평판과 연구실 분위기까지 파악하며 최종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교수님께 드리는 메일 문구 하나까지 저희에게 검토를 받을 만큼 신중을 기했습니다.
3학년 말 겨울 방학은 개별 연구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교수님은 뵐 수 없었고, 대신 사수로 붙은 선배를 통해 연구실 분위기와 연구 시스템을 조금 맛본 듯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카이스트 대학원 입시는 다른 대학에 비해 조금 일찍 시작합니다. 따라서 4학년이 되기 전이나 늦어도 4학년 초에는 교수님과의 면담 등이 이루어집니다.
아들은 개별 연구를 끝낸 직후부터 대학원 입시를 염두에 두고 다시 한번 교수님 선택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세 분의 교수님께 대학원 입시에 관한 사전 면담 요청을 드렸고 차례차례 교수님 면담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면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교수님들께서는 개별 연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별 연구생들을 단순한 학부생이 아닌 잠재적 연구실생쯤으로 여기셨습니다. 저희는 대학원 입학에 개별 연구가 차지하는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안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실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황한 아들은 개별 연구를 진행했던 연구실로 다시 회귀하고자 했습니다. 개별 연구용으로 임의 선택한 연구실이었지만 그래도 연구 분야까지 고려한 선택이었기에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면담이 거절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퇴임을 앞두고 계셔서 더 이상 석사과정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는 뜻이며 이는 곧 노교수님일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실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아들의 첫 번째 개별 연구는 대학원 진학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아들에게는 다시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습니다.
복수전공임에도 4년 졸업을 하겠다며 달려온 시간을 잠시 멈추고 처음부터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개별 연구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정공법,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며 대학원 진학을 밀어붙이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를 선택할 경우, 아들의 목표였던 4년 졸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지만 원하는 분야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또 다른 걸림돌이었습니다.
조금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너무 서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엄마의 직감이었을까요? 아님 괜한 오지랖이었을까요?
작가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현생과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가제)> 퇴고, 그리고 연재를 근근이 이어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퇴고'에 올인하고 싶지만 쉽지 않네요. ^^;
오늘로써 저는 온라인카지노마을의 새로운 3년 차 생활에 접어들었습니다.
2024년 9월 9일 온라인카지노 작가로 승인된 이후, 9월 23일 첫 글을 올렸더랬죠.
열정적으로 온라인카지노마을을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많은 분들이 온라인카지노를 떠났지만, 그만큼 새로운 분들도 많이 들어오신 것 같아요.
저도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 잘 지내보아요.
그리고 조금 늦은 답방,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리되는 대로 꼭 들르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