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졸업하지 않은 것처럼

by김하정

아이가 졸업했다. 하지만 졸업식은 없었다. 대신 운동장 한쪽에 포토존을 설치해 놨으니 각자의 방식으로 자축하길 바랐다. 하계 졸업 인원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였겠지만 4년을 마무리하는데 아무도 나와보지 않는 퇴임식 같은 기분이랄까. 아쉬움도 잠깐 누구의 구애 없이 우리끼리 찐하게 자축해 보자 모였다. 과사무실에서 졸업장과 가운을 받아 왔다. 햇볕이 반사돼서 사진 찍기도 쉽진 않았지만 나름의 방법을 찾아 오늘만 날인 것처럼 맘껏 즐겼다.


더위도 문제 될 게 없이 풍경도 사람도 투명하게 빛났다. 운동장 잔디밭도 온통 초록빛에 아름드리나무들도 푸르디푸르렀다. 파란 하늘에 뽀송한 흰 구름이 펑펑 피어났고 무채색의 겨울에 비할까 싶었다. 그 위에 젊음들은 작은 것에도 까르르 웃었고 윤슬처럼 눈부셨다. 이 길이 맞나 반년을 휴학하며 고민했던 흔적이 여름 졸업이 됐다. 수료만 해 놓고 겨울에 졸업식 하기를 바랐지만 한 가지라도 마무리 짓고 싶어 했다.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이 캠퍼스를 누비며 고민하고 나아가고 했을 거라서 교정 한 곳 한 곳이 새로웠다. 같이 졸업하는 선배와 만나 마음껏 이쁨을 발산했다. 사각모를 하늘 높이 던지고 웃고 안아주면서 서로의 애씀을 쓰다듬고 있었다. 부모들도 서로의 노고를 축하로 바꾸고 있었다. 다 했다 싶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 노고를 치하하기는 아직 이르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도 먼저 알아서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다. 독립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찾기 전에는 명분이 없다. 알아서 집안일을 돕고 그 사이사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이곳저곳에 디밀어 보는 눈치다. 그렇다고 내놓고 안쓰러워하는 것도 금물이다. 재촉하지 않고 바라봐 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한다. 그러다가도 너희의 독립이 엄마 아빠의 노후를 결정한다고 보태고 만다. 마음이 느슨해질까 염려해서라지만 어른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의 젊은이들과 부모가 겪고 있는 일일 것이다. AI에게 일자리를 뺏겼느니 말았느니 노인인구 급증을 얘기하는 것도 이제는 구태의연할 뿐이다. 대안 없이 이유만 무성해지는 것에 피로감만 쌓이는 것이다. 아이디어 차원이라지만 폐버스로 청년 주거를 말하고 좁은 고시원에 바카라상을 치우고 욕조를 넣는 발상이 청년들을 더 슬프게 한다. 대바카라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쉬고 있는 청년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의견이 분분한 것이 아이러니다.


'쉬었음 청년'이나 '숨 고르기 청년'이나 매 한 가지일 뿐 호칭이 뭐 대수일까 싶다. 그 명칭조차 필요 없는 대바카라만이 청년들이 불안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발판이 돼 줄 것이다. 한 사람이 제대로 일어설 수 있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아이들은 끊임없이 알아서 바쁘다. 전공 외에도 토익을 레벨 업하고 이제는 토익스피킹, JLPT까지 끝이 없다. 지친 듯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처럼, 졸업을 해도 한 번도 졸업하지 않은 것처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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