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에 계속 떨어진다고 사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지원사업에 몇 번 떨어지고 나면 창업자는 자기 사업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아이템이 별로인가 시장이 매력이 없나 하는 생각으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여러 번 떨어진 사업계획서를 들여다보면 사업이 나빠서 떨어진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사업의 가치가 심사위원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옮겨지지 않아서 떨어집니다.
창업자들이 탈락 이유를 물으면 보통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이템이 평범해서, 기술이 부족해서, 경쟁이 치열해서. 이런 이유들은 분명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문제는 원인이 보입니다. 원인이 보이면 무엇을 고쳐야 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원인이 보이지 않는 탈락입니다.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고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어서 다음 계획서에서 무엇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 이 상태가 반복되면 계획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시 쓰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또 떨어집니다.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심사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심사위원은 짧은 기간에 수십 건을 검토합니다. 한 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고 발표평가에서 주어지는 시간도 10분 안팎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심사위원은 이 사업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요건에 맞는가 그리고 항목마다 점수를 줄 근거가 있는가를 확인합니다. 창업자가 아무리 깊은 고민을 담아 써도 심사위원이 그 고민을 찾아내지 못하면 점수는 나오지 않습니다. 계속 떨어지는 창업자들은 대체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심사위원이 찾아야 하는 정보는 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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