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채용, 계약 등 창업자가 모든 협상에서 유리해지는 방법
투자자와의 밸류에이션 논의, 초기 고객과의 가격 협상, 구성원과의 연봉 협상 등 창업자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중요한 대화에는 숫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숫자를 둘러싼 협상에서는 어느 쪽이 먼저 숫자를 던지느냐가 결과의 상당 부분을 결정합니다. 많은 창업자가 이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정작 협상 자리에서는 활용하지 못합니다. 먼저 제시된 숫자가 이후의 모든 논의를 그 숫자 중심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현상 그것이 앵커링입니다.
앵커링이 특히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판단의 근거로 삼을 만한 기준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상장 기업의 가치는 주가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고 부동산 거래는 인근 실거래가라는 참조할 지점이 있습니다. 반면 초기 스타트업의 가치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트래픽도 매출도 팀 구성도 저마다 다른 스타트업들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조할 지점이 없는 자리에서 사람은 처음 접한 숫자에 유독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협상이 유독 널뛰는 이유이자 창업자가 앵커링을 무기로 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는 이 원리를 거꾸로 사용합니다. 협상 자리에서 먼저 숫자를 던지는 것을 무례하거나 성급한 행동으로 여기고 상대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립니다. 협상 경험이 적을수록 이런 경향은 짙어집니다. 원하는 밸류에이션을 먼저 밝히기보다 투자자의 생각을 먼저 되묻고 연봉 범위를 먼저 제시하기보다 구성원의 희망 연봉부터 확인하려 듭니다. 겸손이나 예의처럼 보이는 이 태도는 앞서 말한 앵커링의 원리에 비추어 보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협상의 기준점을 상대에게 통째로 넘겨주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상대가 숫자를 던지면 그 숫자를 조정하는 것이 그날 협상의 전부가 돼버립니다. 상대가 낮은 밸류에이션을 먼저 제시하면 창업자는 거기서 위로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고 그 순간 대화의 주도권은 이미 상대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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