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묵묵히 하연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마치 슬프게 읽은 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하듯 말했다. 그녀의 눈망울이 촉촉하게 빛났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았다.
어머니를 죽이려 했던 소녀의 심정은 어떠할까. 나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녀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나머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없애려고 했다. 그것이 마치 자신이 고통에서 벗어날 지름길인 것처럼.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녀는 손에 힘을 주지 못했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런 그녀가 내 옆에 누워 손을 맞잡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 이 얘기 평생 못 할 줄 알았어. 죽을 때까지 아무한테도 말 못 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한테 하게 됐네.”
하연이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가가 오렌지색 조명을 반사했다.
“있잖아, 부탁이 있어.”
하연이 내게 몸을 밀착했다.
“안아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그녀도 내 겨드랑이 아래에 팔을 끼어넣고 나를 안았다. 그녀의 몸이 떨리더니, 내 가슴께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속삭거렸다.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포옹을 풀더니 팔을 내 목에 가져가대고 내 뺨을 어루만졌다.
“있잖아, 선생님은 내가 여자로 안 보여?”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여전히 그녀를 안은 상태였다. 그녀의 체온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한 침대에 누워서 서로 껴안고 있는데… 아무 생각 안 들어?”
그녀는 자세를 바꾸더니, 내 위로 올라탔다. 내 가슴에 두 손을 받치고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잠깐, 하연아…”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내 위에서 비켜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상체를 천천히 숙이더니,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서로의 날숨이 서로를 간지럽혔다.
“…할래?”
그녀가 나직히 속삭였다.
“선생님이라면… 괜찮은데….”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의 고개가 기울여지며, 입술이 겹쳐지려고 한다. 나는 숨을 깊게 삼킨다.
그 순간 벨소리가 울렸다.
하연의 스마트폰이었다. 하연은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하연은 테이블로 걸어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하연은 다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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