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도를 걸었다.
어디를 향해 걷는지도 몰랐다. 그저 길이 나 있는 대로 걸었다. 그녀가 했던 말이 자꾸만 뇌 속에서 반복재생되었다.
그러고도 당신이 선생님이에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 수 없었다. 나조차도 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내가 선생으로서 유하연에게 무엇을 해줬지?
정류장에서 만났다.
그녀에게 술을 건넸다.
함께 바다에 갔다.
그녀의 울음 섞인 고백을 들었다.
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그녀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선생으로서 그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힘든 사정의 학생을 위해주는 선생이라는 착각에 빠져 자위질이나 하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녀를 위한 일이 맞았나.
나 자신을 위한 일은 아니었나.
할퀴고 찢겨져 걸레짝이 된 내 얄팍한 자존심을 꿰매기 위한 짓거리에 불과하지 않았나.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누릿한 색깔의 바닥을 딛을 때마다 딱딱한 구둣발 소리만 들린다. 구두코 사이로 거무튀튀한 머리통 그림자가 전등빛을 가렸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구두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장소다. 내겐 허름하고 눅눅한 썩은내가 풍기는 지하가 어울린다.
전등빛이 꺼졌다. 바닥이 기우뚱 기울였다. 등뒤에서 험악한 파도가 나를 집어삼키려 다가왔다. 나는 멀리 보이는 미약한 빛을 향해 복도를 기어 올라갔다. 하지만 귓가에 아우성치는 물소리와 폐속을 할퀴는 짠내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나는 벽을 짚고 거칠게 호흡을 내뱉었다. 바다, 파도, 파도 소리, 그 빌어먹을……
원오야, 괜찮니?
고개를 들었다.
복도는 환했다. 파도는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복도 중앙에 꿇어앉아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천천히 일어났다. 숨을 가다듬으며, 창문에 다가갔다. 창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가 불어왔다.
창문 바깥으로 운동장이 모래를 바람에 태우고 있다. 담배연기처럼 허공으로 떠오른 모래는 황량하게 휘몰이치다 흩어졌다. 그 연막 너머 한 여학생이 교문을 향해 달박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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