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선생 (13)

by천비단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퇴근하고 돌아오자마자 나는 허겁지겁 서랍을 열어 박스테이프를 꺼냈다. 창문 틈새를 테이프로 막았다. 분명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말이 없었는데 갑자기 내렸다. 이미 창문이 난 벽은 흠뻑 젖었다. 나는 에어컨을 최대 세기로 틀었다. 두꺼운 이불에 몸을 말고 잠을 청했다. 쿰쿰한 곰팡내가 났다.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깜짝 놀라 상체를 일으며 창문을 보니 쪼그려 앉아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누군가 창문을 주먹으로 두들기고 있었다.


술취한 난동꾼일까.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쳐줄 생각으로 창문을 열려고 했다. 열리지 않았다. 그제야 창문을 테이프로 봉한 게 기억났다. 어찌할지 고민하는데, 창문 밖 괴한이 창문 두들기는 것을 멈췄다. 휴대폰을 조작하는 듯했다. 베개 근처에 떨어져 있던 내 휴대폰이 울렸다.


“이선생, 나야. 문 좀 열어줘.”


전화를 받자 박형이 꼬인 혀로 말했다. 현관문을 열자 박형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박형의 소매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지금 몇 신지는 알아?”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손을 흔들거리며 “미안, 미안”만 반복했다. 옷이라도 벗고 누우라고 하니 그는 꿈틀거리며 옷을 벗었다. 옷을 집어올리자 지독한 술 냄새가 진동했다. 옷걸이에 대충 걸었다. 아침까지 마르려나 모르겠다.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그는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앉고 냉수를 마셨다. 민소매 나시에 드로즈 팬티만 걸친 그를 보자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역시 이선생밖에 없어. 땡큐.”


“클럽이라도 다녀왔어?”


“헤, 이걸 다녀왔다라고 해야 하나. 돈만 존나 뜯기고 왔다. 시발년들. 비싼 것만 처먹고 모텔은 왜 못 간대.”


그는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생수 한 병을 다 마신 그는 페트병을 찌그러트리고는 현관문쪽으로 던졌다.


“형 나이 되면 클럽 못 다닌다며. 이딴 꼴이나 될 거면 왜 간 거야?”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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