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하루 종일 맑은 날이었다.
그러나 내 방은 눅진한 악취가 섞인 어둠만 가득하다. 반지하집에 살다보면 일기예보와 내 집 사이의 괴리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아무리 바깥이 맑다 하더라도, 반지하집은 언제나 그렇듯 깜깜하다. 태양은 땅보다 낮은 구역에 관심이 없다. 나는 이러한 어둠에 익숙해졌다. 아침에 늦잠 잘 때는 더 좋다. 깜빡하고 커튼을 안 쳐도 어두우니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
—띵동
뜬금없이 울린 초인종 소리가 내 잠을 방해했다. 내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엄마가 택배라도 보냈나?
—띵띵동띵띵띵띵동
하지만 초인종을 저리 연타하는 걸 보니 택배기사일리는 만무했다. 나는 이불 속에서 벗어나 겨우 몸을 일으켰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현관문을 열었다.
“방금 일어났어?”
빛나리가 웃음기를 띤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빛나리 뒤로 옅은 역광이 비춰 나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밀치고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뭐야,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하네?”
빛나리는 점검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나는 갑작스러운 침입에 당황하며 말했다.
“너 내 집주소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어머님한테 들었지. 너 어머니 연락은 왜 안 받아?”
빛나리는 팔짱을 끼고 나를 째려봤다.
“어머님이 오죽했으면 나한테 부탁하셨겠니? 너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확인 좀 해달라 하시더라.”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했다. 세수를 하고 나오자 빛나리는 이불을 개고 있었다.
“이불에서 홀애비 냄새가 나. 남자는 혼자 살면 다 이런 냄새가 나는 거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내 이불을 왜 네가 개고 있어?”
“식탁에 어머님 반찬 뒀으니깐 그거나 정리해.”
식탁 위에 락앤락 통 여러 개가 널부러져 있었다. 배추김치, 콩나물 무침, 명이나물 장아찌 같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저번에 받은 반찬도 거의 안 먹고 냉장고에서 썩고 있는데. 주지 말라고 해도 계속 반찬을 준다. 처리 곤란한 친절은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나는 적당히 반찬통들을 냉장고에 쑤셔넣었다.
“오늘 일정 없지?”
방 정리를 끝마친 빛나리는 내 곁에 다가왔다. 가벼운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옷 갈아입어. 나가자.”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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