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선생 (10)

by천비단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은 방과후 수업이 없었다. 나는 짐을 정리하며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탁 쳤다.


나는 화들짝 놀라 뒤돌아봤다.


“요, 이선생. 왜 이렇게 놀래?”


박온건. 그가 장난기를 억누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뭐해? 칼퇴하려고?”


“네, 이제 할 일도 없어서.”


박샘은 자세를 낮추더니 조용히 말했다.


“저번에 1학년 교무실에 왜 찾아왔던 거야? 랑샘한테 뭐 물어보는 거 같던데.”


“예, 맞아요. 물어볼 게 있어서….”


“전번?”


“…그게 아니라, 학생 관련해서. 이것저것.”


박샘은 능글맞게 웃으며 커피를 후루룩 마셨다. 그는 내게 저급한 농담을 던지고, 내가 쩔쩔매는 모습을 즐겼다. 어떤 말을 할지 방심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이거, 어때?”


박샘은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게 손짓으로 술잔을 꺾었다.


“네가 방과후 시작한 이후로 바쁘다고 형이랑 술 한 번도 안 먹어줬잖냐. 오늘 고?”


나는 달리 바쁜 일도 없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싫지도 않아 좋다고 대답했다. 박샘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랑샘 같은 미녀를 꼬시는 법을 친히 강의해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거 진짜 아니라고 대꾸한 뒤 가방을 들었다.




고깃집은 왁자지껄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온라인 게임인이나 대학생이 기어코 하루를 연장하기 위해 찾아오는 평범한 가게였다. 동그란 철제 식탁 주위로 둥근 원기둥 의자가 늘어서 있고, 테이블마다 초록색 소주병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식탁 가운데 불판 위에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공중에 거꾸로 솟은 굴뚝 같은 배기후드가 연기를 빨아마셨다.


나와 박샘은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박샘은 손을 들어 직원을 부르더니, 삼겹살 3인분과 된장찌개, 소주 4병을 시켰다. 주문한 지 10분도 안 되어 음식이 나왔다. 직원이 끌고 온 카트에서 접시를 내렸다. 하얀 접시 위에 가지런히 정렬된 삼겹살과 펄펄 끓는 뚝배기, 그리고 소주잔과 소주가 순식간에 세팅되었다.


박샘은 소주 하나를 들고 요란스럽게 흔들더니 병 밑바닥을 팔꿈치로 탁탁 쳤다. 뚜껑을 쥔 채 양팔을 교차하여 돌렸다. 까드득 소리가 나며 병뚜껑이 날아갔다. 우리는 잔을 채웠다. 제발 고기 먼저 올리고 술 따르면 안 되냐고 핀잔을 주어도, 그는 술은 나오자마자 한 잔 적셔주는 게 예의라고 대꾸했다. 우리는 건배했다. 유리가 부딪히는 고운 소리와 함께 소주가 찰랑이며 잔 밖으로 흘러넘쳤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양 우리는 쭉 들이켰다. 캬 하는 반사적인 감동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집게를 들어 고기를 불에 올렸다. 달궈진 불판 위로 고기가 닿자 치이익 하는 소리가 났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고기는 익어갔다.


“역시 소주엔 삼겹살이지.”


박샘이 젓가락으로 고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삼겹살 기름으로 식도와 위장을 코팅 해줘야 소주가 잘 넘어간다니깐.”


나는 집게로 고기를 들었다. 끝부분으로 기름 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거침없이 가위로 잘랐다. 한입 크기로 잘린 고기가 불판 위로 떨어지자 박샘은 집게를 들어 고기를 가장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고기 기름이 뭉친 불판 중앙에 김치를 올렸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김치가 기름과 만나 부글부글 볶였다. 기름 구멍으로 벌겋게 물든 기름이 흘러내렸다.


“야, 너 진짜 랑샘한테 관심 있냐?”


박샘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아니라니깐요, 박샘.”


“’박샘’이 뭐냐? 둘이 있을 때는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형이랑 술 마실 땐 솔직해도 돼.”


“형, 진짜 아니야.”


나는 지겹다는 말투로 넌더리쳤다.


고기가 다 익자 우리는 쌈을 만들었다. 상추, 깻잎, 고기 파절이, 구운 김치, 마늘, 쌈장을 쌓았다. 쌈을 오므린 후 입에 넣었다. 어금니로 으스러뜨리자 삼겹살이 머금고 있던 기름이 터져나왔다. 김치와 쌈장의 달고 짠 맛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파와 마늘의 알싸함이 느끼함을 잡았다. 채소의 아삭함과 돼지고기의 두터운 식감을 음미하며 목구멍 아래로 넘겼다. 다 삼키고 나서 우리는 다시 잔을 부딪히고 들이켰다. 기름 범벅이 된 위장에 알콜을 뿌려 진화해야 한다고 약속이라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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