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류장에 앉아 하연을 기다렸다.
손을 들어 공기를 만져보았다. 새벽 치고 공기도 따뜻하고, 습도도 적절했다. 기관지를 괴롭히던 미세먼지도 오늘은 없었다. 하루종일 날씨가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날이었다.
멀리 유흥가 거리 사이로 하연이 걸어왔다. 평소와 같은 복장을 한 채였다. 하릴없이 번쩍이는 전광판과 거리에 뿌려진 전단지 사이로 하연이 다가왔다. 하연의 시선이 내게 멈췄다. 진하게 화장한 눈이 커졌다. 먼저 나와 있는 나를 보고 놀란 모양이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뭐야. 그 옷?”
하연은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꼬나봤다.
“출근 안 해?”
그녀가 손가락으로 내 하와이안 셔츠를 가리켰다. 연두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야자수 무늬가 그려진 셔츠였다. 그 아래엔 하얀색 반바지와 갈색 샌들을 신었다. 나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안 해. 부모님이 갑자기 쓰려졌다 하고 연가 썼어. 어차피 시험 기간이라 자습만 하니까 별 문제 없겠지.”
하연은 “그렇구나”라고 말하더니 정류장 앞에 세워진 차를 흘끗 바라봤다. 기아 셀토스, 최신형 풀옵션에 뒷자리 통풍시트까지. 내가 렌트할 수 있는 옵션 중 가장 좋은 녀석이다. 그녀의 얼굴에 불길한 기색이 드리웠다.
“바다 갈 거야. 같이 가자.”
“싫어. 학교 가야 돼.”
“하루쯤은 땡땡이 쳐도 괜찮잖아.”
“안 그래도 샘들이 나 안 좋게 보고 있어.”
“내가 바로 그 선생님인데?”
나는 뻔뻔하게 밀어붙였다. 하연은 크게 한숨을 쉬더니 별안간 배를 잡고 상체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당신 진짜 또라이 같애.”
“칭찬으로 들을게.”
나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익살스럽게 썼다.
“조건이 있어.”
하연은 턱을 살짝 들며 팔짱을 꼈다.
“맥주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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