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정류장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버스가 여러 대 정차했지만, 기사는 나를 쳐다보더니 문을 닫고 떠났다. 버스가 허공에 그리는 궤적을 따라 시선이 따라갔다. 엔진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나랑 섹스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하고 입술을 달짝거리기도 했다.
나는 하연이를 돕고 싶었어.
절대로, 하연이에게 한 번도 추악한 욕정을 품은 적 없어.
나는 변명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정말로 돕고 싶었던 게 맞을까?
하연을 위한 일이 맞았을까?
거리의 전광판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들이 비척거리고, 끈적거리는 악취가 거리를 배회했다. 나는 그 중앙에 있었다. 그곳이 내 위치였다.
어쩌면 나는 하연을 구하고 싶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하연을 계기로 알량한 자존심을 챙기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연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었다. 나는 아직도 이기적인 놈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회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어둑한 구름이 바지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귓가에 사나운 파도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릎 사이에 고개를 푹 집어 넣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선생님,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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