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에게 캔맥주를 준 날 이후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거창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었다. 날씨 얘기, 학교 선생님 얘기, 체육샘이 자꾸 나한테 잔소리한다는 불평, 시험 공부는 하냐, 나 나름 머리 좋다 이런 시시한 이야기가 오갔다.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삭막한 정류장에서 짧은 시간만 허락된 대화. 그것만으로 나는 하연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여기며 기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단순한 대화만 할 수는 없다. 나의 목적은 하연을 도와주는 것이다. 하연의 사연을 알아내고, 내가 도움의 손길을 건네, 궁극적으로 하연이 성매매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다.
나는 종종 무심하게 성매매에 관해 질문했다. 하연은 즐겁게 말하다가도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성매매에 대해 얘기하는 걸 꺼리는 듯 보였다.
“성매매를 그만 둘 생각은 없어?”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물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은 없냐,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복지 제도도 있다 하며 성매매를 그만두도록 은근히 종용했다. 하연은 눈을 피하더니 캔맥주를 꽉 쥐었다.
“그러면 돈을 못 벌잖아.”
하연은 슬픔을 억누르는 듯 고개를 숙이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돈이 필요하니깐… 엄청 많이.”라고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본 후로 함부로 성매매를 그만두라고 권유하는 일은 포기했다. 하연에게는 성매매를 계속 해야할 정도로 돈이 필요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전에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또 어느 날은 “왜 나한테 성매매를 영업했던 거야?”하고 질문했다.
궁금했다. 처음 정류장에서 만난 날, 왜 내게 호객행위를 했는지. 단순히 단 둘이 있었으니 호객을 한 건지, 아니면 내가 성매매를 할 법한 인간으로 보였는지.
하연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른의 화장으로 아이의 모습을 숨긴 얼굴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했다.
“…외로워보였어.”
몇 초 간의 침묵이 지나고 하연이 툭 내뱉었다.
“외로운 인간은 돈을 더 쓰거든.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서, 해소하고 싶어서. 그래서 그랬어.”
하연이 픽 미소짓더니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외로워보였다.
생각치도 못한 대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외로워보인다니. 한순간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 구질구질하긴 하지만, 나는 나름 잘 살고 있다. 외롭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연은 어떻게 내게서 흘러나오는 외로움을 보았을까.
하연은 외로운 인간을 찾아 몸을 파는 것일까.
그런 하연의 눈이니, 외롭다는 평가가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되려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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