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방과후 수업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났다.
벚꽃이 자취를 감추고, 중간고사 준비로 학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나는 새로운 수업과 하연과의 관계에 적응해가던 참이었다. 아침마다 더러운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하연에게 캔맥주를 준다. 하연은 맥주를 마신다. 버스를 기다리며 한가로이 얘기를 나눈다. 학교에선 평범한 선생과 학생인 척한다. 방과후 수업 때 하연을 볼 때마다—대부분은 엎드려 자거나 멍하니 팔찌를 만지작거린다—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것이 내 기분을 위협했다.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다. 지속해선 안 된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교사로서 의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합리화했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의 실마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날도 하연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나갔다. 학생들이 교실을 나가는 동안 나는 문제집과 프린트를 탁탁 교탁에 치며 정리했다. 별안간 앞문이 열렸다. 어떤 학생이 물건을 두고 갔나, 나는 무심코 쳐다봤다.
“안녕?”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했다.
“…응, 안녕. 오랜만.”
나도 인사했다.
“오랜만? 할 말이 그게 다야?”
그녀는 내 앞에 바짝 다가와 팔짱을 끼고 날 삐딱하게 쳐다봤다. 단정한 투피스 정장 차림에 기분 좋은 향이 났다.
“왜 답장 안 해? 내 톡 보긴 했어?”
“미안, 하도 정신 없어서 답장을 못 했네.”
“읽씹이 특기고 잠수가 취미지? 아주 그냥.”
그녀는 오른손으로 옆머리를 쓸어넘겼다. 답답할 때마다 하는 행동이었다.
“네가 연락 안 되면 내가 얼마나 불안한지 알기나 해? 어떻게 1달이 지나도록 인사하러 한 번을 안 오냐.”
“응. 미안해.”
나는 죄지은 기분으로 답했다.
내가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간만에 술이나 마실래?”라고 무심히 말했다. 딱히 집에서 할 일도 없던 차라 알겠다고 했다.
교실 불을 끄고 복도에 나왔다. 교무실까지 함께 걸었다. 나는 백팩을 멨고, 그녀는 검은색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었다.
“들어줄게.”
나는 노트북 가방에 오른손을 가져갔다.
“됐네요.”
나리는 내 손을 쳐냈다.
우리는 시내에 있는 작은 바에 갔다. 손님은 별로 없고, 항상 재즈 음악을 틀어놓는 흔한 가게였다. 우리는 카운터에 나란히 앉았다. 나는 올드 패션드를, 나리는 마르티네즈를 시켰다.
“교사 일은 어때? 이제 2년차잖아.” 나리가 물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나는 피스타치오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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