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선생 (4)

by천비단


“…샘, 샘!”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며 말했다.


“샘, 문제 다 풀었다니깐요?”


“아… 그래, 다 풀었어? 그럼 이제 내가 풀어줄게.”


잠시 애들한테 문제를 풀게 한 동안 멍 때렸다. 나는 다급하게 분필을 들고 칠판에 풀이를 시작했다. 식을 따라 적는데 분필이 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진짜 선생도 아니잖아.’


하연의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가질 않았다. 차가운 음성이 가시무더기처럼 내 의식을 자꾸만 할퀴었다.


“샘, 저거 틀렸는데요?”


“응? 틀렸다고? 어디?”


“저기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아니에요?”


“아, 미안. 샘이 실수했네.”


황급히 지우개로 십자가를 지웠다. 뒤통수를 향해 몇몇 아이들이 작게 웃는 소리가 날아왔다.


저 아이들도 나를 비웃는 걸까.


내가 진짜 교사가 아니라서.


내가 계약직 교사라서.


임용고시에 세 번이나 도전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한 번에 붙기 어려운 시험이라지만, 같이 시험을 준비하던 동기들은 다 붙었다. 나 혼자만 붙지 못했다. 처음의 차고 넘치던 자신감은 실패를 세 번이나 겪자 먼지 한 톨 남지 않고 사라졌다. 정신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는 이십대 후반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시험을 준비할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계약직 교사일을 시작했다. ‘교사’라는 명칭이 달려 있긴 하나, 사실 제대로 된 교사는 아니다. 대부분은 사정이 생겨 휴직한 교사의 빈자리를 땜방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하자면 예비용 타이어 같은 것이다.


전 수학교사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갑작스럽게 휴직했다고 한다. 1년만 계약했는데, 요양이 길어지는 덕에 계약을 연장했다.


정교사와 계약직 교사는 완전히 다르다. 당연하다. 예비용이니까. 원래 있던 교사가 복직하면 그대로 사라질 존재다. 그렇기에 계약직 교사에게 기대하는 것도 없고, 시키는 일도 없다. 단지 사고만 안 치고 자리만 잘 지키면 된다.


이 정도는 괜찮다. 애초에 각오한 일이다. 그러나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 바로 ‘무시’다.


계약직 교사를 향한 무시, 조소, 조롱, 비난. 그런 것들이 은연 중에 느껴졌다.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아이들 사이에도 선생 중에 누가 정교사고 누가 계약직인지 소문이 쫙 퍼져 있다. 다른 교사의 말에는 고분고분한 녀석들도, 내 수업에서는 말도 안 듣고 은근히 나를 무시하며 물먹인다.


옛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교사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그때 나는 다른 교사들이 하는 걸 따라했다. 수업하는 것,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 모두 훔쳐보며 흉내냈다. 학생들은 내 말에 잘 따라주는 듯했다. 얼마 동안은 내가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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