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과 처음 만난 것은 찬 공기가 조금씩 풀리고 봄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3월 초, 내가 교사 일을 한 지 1년이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된 날이었다.
교사 일을 1년 동안 했건만 큰 변화는 없었다. 도리어 그때 나는 어지간히 지친 상태였다. 학생들에게 무시받고, 동료 교사들에게 낮잡아지는 하루하루의 연속. 별다른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가혹했다. 이것이 실패에 대한 대가인가. 쓸쓸하게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길에 악취가 풍겼다. 소화가 되지 못한 채 식도 밖으로 역류한 썩은 음식물과 소화액 냄새가 내게 불어닥쳐 오래된 먼지처럼 뒤엉켰다. 아무리 얼굴을 찌푸리고 코를 막아도 악취는 폐부 깊은 곳까지 침투하여 내 속을 엉망으로 휘집었다. 보도블럭을 베개 삼아 드러누운 취객을 귀찮은 짐덩이처럼 잡아 끄는 경찰관들을 지나쳤다. 이 거리에는 그런 인간들밖에 없었다. 악취를 뒤집어 쓴 자들. 나는 저들과 같은 족속이란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상가 중심에서 꽤나 떨어진 위치. 그래서 나 말고는 누구도 찾지 않는 곳. 이곳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달리면 학교에 갈 수 있다. 나는 악취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을 재촉하며 걸었다.
그러다가 걸음을 멈췄다. 눈알에 힘을 주어 초점을 맞췄다.
누군가 정류장에 앉아 있었다. 작은 체구의 여자였다. 어딘가 피로한 듯한 뒷모습으로 스마트폰을 두들기고 있었다.
긴장이 일었다. 이 정류장에 이 시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처음 봤다. 나는 괜히 어색한 몸짓으로 천천히 정류장에 다가갔다.
여자는 화장이 진했다. 게다가 복장이 클럽이나 헌팅포차에서 방금 나온 듯 과감했다. 아슬아슬하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꼬아서, 허벅지 안쪽 은밀한 곳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스마트폰을 든 손 소매 안쪽에 팔찌가 살짝 보였다. 나는 이유 모를 어색함을 느꼈다.
여자는 그런 복장이 익숙한 듯 내 존재는 아랑곳 않고 스마트폰에 집중했다. 작은 화면에 집중한 얼굴은 새빨간 입술이 포인트가 되어 매혹적이면서도, 두꺼운 화장이 미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가면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자에게서 멀리 떨어진 끝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올려 모니터를 보니 내가 탈 광역버스는 10분 뒤에 도착이다. 우리는 서로가 옆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양 가만히 있었다. 이따금 여자가 디스플레이를 두드리는 소리와, 아찔한 향수향과 역겨운 악취가 섞인 냄새가 날 뿐이었다. 여자가 곁눈질로 나를 흘겨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5분 정도 지나자 작은 버스가 멀리서 다가왔다. 413번. 학교 반대 방향으로 가는 녀석이다. 여자가 천천히 일어나 차도로 걸어갔다. 시선은 여전히 스마트폰에 고정한 채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점점 커지는 413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룻밤에 오십.”
버스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여자가 말했다는 것도, 여자가 한 말의 뜻도 알아채지 못했다. 곧이어 이 정류장에 나와 이 여자밖에 없고, ‘하룻밤’이란 단어와 ‘오십’이란 숫자 사이의 관계를 깨닫자 나는 깜짝 놀라 여자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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