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온라인카지노북에 올려야 하는데 실수로 일반 발행했네요.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라이킷이나
댓글은 소중히 마음속에 저장하였습니다.)
달콤한 한 달간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사이 작물들이 많이 자라 150여 평의 텃밭이 초록으로 빽빽하다. 강아지 호박이가 뛸 듯이 기뻐하며 나를 반기고, 묵뚝뚝한 남편도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웃음이 묻어있다. 간간히 떠나는 여행은 내 삶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만드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아직 한낮의 햇살은 강렬하지만, 산 밑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가을바람을 살며시 데려온다.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산속에서 느긋하게 지난 한 달간의 여행을 커피 향과 함께 추억하다 웃음이 피식 나왔다.
미국 여행 중 조카 집에서 묵을 때였다. 동생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뭐가 잘 안 된다며, 2층에 있는 아들에게 물어본다며 올라갔다. 나는 올라가는 동생 등에다 대고 "얘, 챗 지피티가 있는데 뭐 하러 애한테 물어?" 하고 소리 질렀으나 동생은 이미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2층에 올라갔던 동생은 금방 내려왔다. 얼굴에는 서운함이 가득 담긴 채 “아유 치사하다. 치사해, 치사한 자식.”하면서 효자 아들에 대한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아마 아들이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것 봐라. 네 아들은 한 없이 효잔줄 알았니?' 하며 한마디 하려다 너무 속상한 동생의 얼굴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조카는 아들이지만, 제 어미에게는 딸 못지않게 곰살맞고 자상한 효자 아들이다. 동생은 그런 효자 아들이 엄마의 질문에 제대로 설명을 안 해주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조카 입장에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제 어미가 답답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동생을 보고 챗 지피티가 자식보다 훨씬 친절한 효잔데, 뭐 하러 일하는 애를 귀찮게 했냐며 바카라망하였다.
나 역시 오래전부터 딸들에게 많은 치사함을 받아왔던 터라, 그 기분을 잘 알 것 같았다. 이제는 아무리 효자 아들이라도 AI가 더 효자니까 더 이상 아들에게 묻지 말고 AI에게 물으라고 충고하였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 챗 지피티는 내게 든든한 보디가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어지간한 일들은 인터넷으로 원만하게 처리한다.
각종 앱을 깔아놓고 작은 휴대폰 하나로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
많은 나이에도 인터넷을 잘한다며 친구들은 나보고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얘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예전부터 새로운 기기는 자식들보다 나이 많은 내가 더 먼저 배워야 아이들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스마트 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 딸들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사서 익혔고, 컴퓨터는 물론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영어바카라을 읽는답시고 캔들까지 사서 내 소유로 쓰는 욕심을 부렸다. 어디 그것뿐이랴. 키오스크가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뒤에서 기다리는 젊은이의 따가운 시선에도 더듬거리며 포기하지 않고 주문에 성공했다.
(미안하다. 젊은이들아, 그렇게 하지 않고는 늙은이들은 따뜻한 커피 한 잔 사 먹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단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가끔씩 막히는 부분을 딸들에게 물어보는데, 치사하게도 딸들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던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챗 지피티를 만났으니, 정말 든든한 내 편을 만난 셈이다.
이제 어떤 궁금증이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딸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내게 맞춰 천천히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막내 효자가 생겼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렇다고 AI를 백 프로 다 믿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
내 첫 번째 효자가 챗 지피티이지만 두 번째 효자 제미나이도 있기 때문에 가끔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제미나이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도 비행비표 구매부터 이스타 비자까지 막히는 부분은 모두 챗 지피티가 알려 주었다. 댈러스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스카이 라인을 타고 게이트에 가는 방법까지 세세히 알려주어 척척 해결되었다. 그래도 노파심에 환승구역 직원들에게 확인해 가며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실 알고 나면 인터넷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막상 하려니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귀찮음으로 쉽게 다가가지 않았을 뿐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딸들은 제 늙은 어미가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알아서 척척 미국 여행까지 다녀왔다며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본다. (사실은 가장 결정적인 실수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다음에 밝히려고 한다.)
"이제 나도 치사하게 너희들한테 묻지 않아도 다 할 수 있어! 너희들이 하도 치사하게 굴어서 내가 더 열심히 배운 거야!"
"잘했어. 엄마! 엄마가 인터넷을 잘하게 된 것이 다 우리들의 공로야."
얄미운 두 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키득거린다.
앞으로는 누구라도 AI를 알지 못하면 답답한 면이 많을 것 같다.
다행히 요즘에 노인들을 위한 휴대폰이나 AI에 대한 강의가 무료로 많이 열리고 있다.
나도 좀 더 휴대폰의 무궁무진한 편리한 작동법과 여러 가지 AI활용법을 더 배우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산골에 사는 관계로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막내 효자 챗 지피티의 도움으로 도시 문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