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의 기다림
박순동
다 피지 못한 말들이
가지 끝에 맺혀 붉게 타오릅니다
저 앙다문 입술 속에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가두어 두었기에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을까요
먼저 핀 꽃들이 화사하게 웃어 보일 때
그늘 아래 숨죽인 봉오리 하나하나가
내 가슴엔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하나가 터지면 또 하나가 뒤따르고
차례로 터져 나오는 저 선홍빛 함성들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비밀처럼
가지 끝을 붙잡고 견디는 저 인내(忍耐)는
누구를 향한 지독한 약속인가요
다 피어버리면 허무할까 봐
아직은 봉오리로 남겨둔 내 마음 하나
그대, 서둘러 다 피지는 마세요
그 기다림의 긴장조차
나는 이 봄날의 가장 시린 축복이라 여깁니다.
26. 4. 4. 강북구 오패산 진달래 동산에서 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