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유혹

by박순동

분홍빛 유혹

박순동


길을 잃어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능선마다 번져가는 저 붉은 숨결 속에

속수무바카라 갇혀버려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분홍빛 입술들이

산길 여기저기서 내 이름을 부릅니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멈춰 선 발걸음 위로

그대의 농염한 향기가 안개처럼 감겨옵니다


나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그대 몸속에서 갓 터져 나온 선홍빛 유혹입니다.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각인되는 저 빛깔은

어느덧 내 가슴에 불을 지피고


거부할 수 없는 그대의 손짓에

내 이성은 낡은 겉옷처럼 벗겨지고

오직 뜨거운 심장만 남아

그대 붉은 물결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 이토록 치명적인 봄이라니

나는 기어이 그대라는 덫에 걸려

영영 헤어나오고 싶지 않은

행복한 길을 잃으렵니다.

26. 4. 8. 순동. 진달래 분홍빛 유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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