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뒤의 연정
박순동
하늘이 한바탕 울고 간 자리
그대 고운 얼굴엔
차마 다 쏟아내지 못한 그리움이
구슬처럼 맺혀 있습니다
차가운 빗줄기에
그 붉은 빛줄기 행여 씻겨 내려갈까
조바심 내며 먼 산만 바라보았는데
비 개인 뒤 마주한 당신은
어찌 그리 더 투명하게 살아나는지
꽃잎마다 조랑조랑 매달린 투명한 구슬 속에
내 마음 하나씩 가두어 둡니다
흔들려도 떨어지지 않는 저 단단한 연정(戀情)
씻기면 씻길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저 선홍빛은
도저히 지워지지 않을 내 마음의 낙인입니다
비에 젖은 꽃잎이
슬쩍 내 소매 끝에 달라붙습니다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그 마음이 가여워
나도 그만, 젖은 채로 당신 곁에 머뭅니다
26. 4. 11. 토요일.비갠 뒤 봄 햇살 속 진달래
"비에 젖어 더욱 맑고 단단해진 북한산 진달래를 보냅니다. 멀리 타향에서 고향의 봄을 그리워하시는 모든 분께, 이 영롱한 빗방울이 마음의 묵은 먼지를 씻어주는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