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비 골목의 냄새가 오래된 기억을 데려왔다
우리 아파트 아래층에는 꽤 오래전부터 목포에서 생선을 택배로 받아 드시는 이웃이 산다. 좋은 생선이 들어오는 날이면 가끔 우리 아내에게도 함께 구입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곤 한다. 한 번 배송이 오면 양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집 냉장고로 들어온 생선은 갈치, 병어, 고등어 등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크고 선도도 남달랐다. 다만 좋은 생선을 먹는 데도 나름의 수고가 따른다. 아내는 크고 두툼한 생선을 직접 손질하는 일이 번거롭고 징그럽다며 내켜하지 않았다.
그래도 막상 구이나 조림을 해보면 도톰한 살과 싱싱한 맛이 확실히 달랐다. 아내는 생선을 손질할 때마다 투덜거리면서도 아래층에서 연락이 오면 결국 “이번에도 같이 사자”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얼마 전에도 아래층에서 연락이 와 고등어 몇 마리를 구입했다. 받은 다음날 한 마리는 고등어조림을 해 맛있게 먹었다. 며칠 뒤 냉장고를 열다 남은 고등어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조림 대신 구이를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에서 생선을 굽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롭다. 생선을 굽는 동안 집 안에 냄새가 퍼지고, 생선에서 나온 기름이 주변으로 튀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은 알지만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생선구이를 자주 해 먹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냄새도 줄이고 기름도 덜 튀게 하는 방법으로 고등어를 구워보기로 했다.
생선을 구울 채비를 하다 보니 문득 대학 시절 고갈비 골목의 냄새가 떠올랐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부산 남포동에서 어울려 놀다가 출출해지면 으레 광복동 뒤편 비탈길에 줄지어 있던 고갈비 골목으로 향했다. 고등어 갈비를 줄여 부르던 고갈비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 같은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경사진 비탈길에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골목에 가까워지면 고등어 굽는 냄새가 먼저 코끝에 들어왔다. 식당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로 골목은 자욱했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식당 안에서는 고등어 굽는 냄새와 연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한데 섞여 흘러나왔다.
친구들과 그 골목에 들어서면 단골집 하나를 골라 자리를 잡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터라 술값이 모자란 날에는 학생증을 맡기기도 했고, 공업용 전자계산기나 손목시계를 맡기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식당 주인이 학생증이나 손목시계를 받아주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때는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고등어 한 마리에 소주 몇 병이면 친구들과 몇 시간이고 웃고 떠들었다. 주머니는 가벼웠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면 마음은 이상하게 든든했다.
매캐한 연기와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옛 골목의 추억을 더듬다 보니, 어느새 현실의 주방으로 돌아와 고등어를 구울 채비를 할 시간이 되었다. 온 동네에 고소한 냄새를 피우며 시끌벅적하게 먹던 그때와 달리, 오늘 우리 집 주방에서는 냄새와 기름 튀는 것을 줄여 얌전하고 깔끔하게 고등어를 구워낼 참이다.
먼저 고등어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꼼꼼히 닦았다. 팬에 식용유를 조금만 두르고 중약 불로 달군 뒤 고등어의 껍질 쪽이 아래로 가도록 올렸다. 고등어가 익으면서 살이 오그라들지 않도록 손으로 살짝 눌러 팬에 밀착시켰다. 고등어에서 기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별도로 기름을 더 넣지 않고 천천히 구웠다.
껍질 쪽이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천천히 구운 뒤 뒤집어 반대쪽도 구웠다. 팬 주변으로 기름이 거의 튀지 않았고, 집 안에 퍼지는 생선 냄새도 생각보다 없었다. 평소 생선구이를 할 때 느꼈던 번거로움이 조금 덜했다.
# 재료
고등어 1마리, 올리브유 2큰술
# 요리 과정
고등어의 머리, 내장, 지느러미를 제거한다. 큰 고등어는 등뼈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고등어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뿌려 10분 정도 둔 뒤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낸다
고등어 껍질 쪽에 칼집을 낸다
팬을 달군 뒤 올리브유를 두른다
고등어의 껍질 쪽이 팬에 닿도록 올린 뒤 손으로 지그시 눌러 30초 정도 유지한다
중 약불에서 15분 정도 굽는다
고등어를 뒤집어 5분 정도 더 굽는다
완성된 고등어구이
가까이에서 본 고등어구이
접시에 담은 고등어는 껍질이 노릇하고 바삭했다. 속살은 마르지 않고 촉촉했으며, 도톰한 살을 따뜻한 흰밥 위에 올려 먹으니 고등어 특유의 진한 맛이 잘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큼직한 살점을 발라내어 맛보던 아내가 만족스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이렇게 구우니까 냄새도 별로 안 나네.”
생선구이를 좋아하면서도 집에서 굽는 일은 번거롭다며 망설이던 아내에게는 그 말이 음식의 맛만큼이나 반가웠다. 이번에는 맛있게 먹는 것과 집에서 편하게 굽는 것, 두 가지를 함께 얻은 셈이다.
몇 년 전 그 고갈비 골목을 다시 찾았을 때는 예전의 식당들이 많이 사라지고 골목도 훌쩍 한산해져 있었다. 비록 눈에 보이던 풍경은 변했어도, 이렇게 고등어를 구울 때면 그때의 냄새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어김없이 피어오른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시끌벅적한 골목에서 친구들과 고갈비를 먹었고, 지금은 평온한 식탁에서 아내와 고등어를 먹는다. 장소도, 굽는 방식도 달라졌지만 고등어 한 마리가 그 시절의 오래된 시간을 오늘로 다정하게 데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