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던 음식이 내 식탁에 들어오기까지
나는 오랫동안 샌드위치만으로는 한 끼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어야 식사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빵은 그저 출출할 때 먹는 간식에 가까웠다. 빵을 좋아하는 아내가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 먹으면 옆에서 조금 얻어먹는 정도였다. 최근에는 아내도 건강을 생각해 밀가루 음식을 줄이면서 그마저 먹을 기회가 드물어졌다. 그런 내가 얼마 전 샌드위치로 저녁 한 끼를 먹었다.
요즘 매주 목요일에는 수업이 있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때가 많다. 배가 고파 서둘러 먹다 보면 평소보다 과식하기도 한다. 그러니 저녁때가 되어도 좀처럼 배가 고프지 않다. 그렇다고 저녁을 아예 거르자니 밤늦게 허기가 질 것 같고, 제대로 차려 먹자니 부담스럽다.
그날도 비슷했다. 아내와 가볍게 먹을 만한 것을 생각하다 얼마 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서브웨이가 떠올랐다.
산바카라을 하며 몇 번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언제 한번 집밥 대신 저기서 샌드위치나 먹어볼까” 하고 이야기하곤 했다. 마침 저녁 생각도 별로 없던 터라, 이날이 그 말을 실행하기에 알맞은 때였다.
매장을 찾기 전, 아내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얼마 전 지인을 만났는데, 그분이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며 빵 안쪽을 조금 파 달라고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물으니 건강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있어 빵을 조금 덜먹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샌드위치라고 하면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먹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빵부터 채소와 소스까지 취향에 맞게 고르고 이런 부탁도 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같은 샌드위치라도 먹는 사람에 따라 구성이 달라질 수 있었다.
우리도 키오스크로 주문한 뒤 빵 안쪽을 조금 파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후 종이에 감싼 샌드위치가 나왔다. 펼쳐 보니 빵 사이에 채소가 넉넉하게 들어 있어 생각보다 푸짐했다. 한입 베어 물자 빵과 함께 아삭한 채소가 씹혔다. 늦게 먹은 점심 때문에 입맛이 없던 터에도 부담 없이 먹기 좋았다. 가볍게 먹으려고 찾은 곳이었는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먹다 보니 어느새 샌드위치 하나를 거의 다 비웠다.
그 뒤 동네를 걷다 보니 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샌드위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앞 메뉴판에도, 작은 가게 유리창에 붙은 사진에도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가 있었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생각보다 파는 곳이 많았다. 아마 이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달라진 것은 가게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 관심이었다. 이제는 사진을 보며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지, 저것도 한 끼로 괜찮을지 살펴보게 되었다.
‘샌드위치’라는 이름은 18세기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에게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가 카드놀이를 하면서도 간편하게 먹기 위해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정확한 사정은 분명하지 않다. 어쨌든 손에 들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은 지금의 샌드위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침 최근 요리 수업에서 여러 가지 샌드위치를 배우고 있다. 그중 아내와 함께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이 ‘튜나 당근라페 샌드위치’였다. 서브웨이에서 저녁을 먹고 나니 이 메뉴를 집에서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늘 먹던 밥과 국 대신 식탁에 올려도 좋겠다 싶어, 배운 방법을 떠올리며 재료를 준비했다.
샌드위치를 만들려니 예전에 들었던 동요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빵 위에 햄과 치즈, 채소를 차례로 올리며 샌드위치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오래전에는 무심히 들었는데, 직접 재료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 동요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당근은 소금에 절인 뒤 소스에 버무려 당근라페를 만들고, 참치는 기름기를 제거해 양념과 섞었다. 한쪽 면을 구운 식빵에 스프레드를 바른 뒤 양상추와 당근라페, 참치, 토마토, 치즈를 차례로 올려 샌드위치를 완성했다. 먹기 좋게 자르니 주황빛 당근과 여러 속재료가 층을 이루어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 재료
식빵 2장, 참치(튜나,캔) 1개, 베이컨 2장, 토마토 반개, 슬라이스치즈 1장, 당근라페 (당근 1/3개, 꿀 1큰술, 레몬즙 1작은술, 홀그레인머스타드 1작은술, 올리브오일 1큰술), 참치 소스 (마요네즈 1.5큰술, 후추 약간, 다진양파 약간, 다진 그린올리브 3개), 스프레드 (마요네즈 1큰술, 홀그레인머스타드 0.5큰술, 꿀 1큰술)
# 요리 과정
당근은 가늘게 채 썰어 소금 1작은술을 넣고 고루 버무린 뒤, 30분 정도 절인다
분량의 재료를 고루 섞어 소스를 만든다
절인 당근은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뒤 소스를 넣어 고루 버무리고, 2시간 이상 숙성한다
참치(튜나)는 체에 받쳐 기름기를 충분히 제거한다
분량의 재료를 고루 섞어 참치 소스를 만든다
기름기를 제거한 참치에 소스를 넣고 고루 섞는다
분량의 재료를 고루 섞어 스프레드를 만든다
식빵은 마른 팬에 올려 한쪽 면만 노릇하게 굽는다
구운 식빵은 한김 식힌다
양상추와 토마토는 식초물에 잠시 담가둔다
양상추는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다
토마토는 원형으로 얇게 썬 뒤 소금을 약간 뿌려 간한다
베이컨은 팬에 올려 앞뒤로 살짝 굽는다
샌드위치에 넣을 치즈를 준비한다
식빵의 구운 면에 스프레드를 고르게 바른다
스프레드를 바른 식빵 위에 양상추, 당근라페, 튜나, 토마토, 치즈를 차례로 올린 뒤, 스프레드를 바른 식빵으로 덮어 완성한다
가까이서 본 튜나 당근라페 샌드위치
* 라페 : 프랑스어로 '가루로 만든, 잘게 썬' 이라는 뜻이다
완성한 샌드위치는 참치의 고소한 맛과 당근라페의 상큼한 맛이 잘 어울렸다. 여기에 토마토와 양상추의 산뜻함, 치즈와 베이컨의 짭조름한 맛이 더해져 풍미가 한층 살아났다. 부드러운 참치 사이로 채 썬 당근이 아삭하게 씹혀 먹는 맛도 좋았다. 당근만 따로 먹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빵 사이에 재료를 넉넉히 넣으니 보기보다 든든했고, 아내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수업에서 배울 때도 좋았지만, 집에서 다시 만들어 먹으니 우리 식탁에 종종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배우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좋아하는 음식만이 아니다. 별로 관심이 없던 음식도 직접 만들고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샌드위치가 그랬다. 앞으로도 밥과 국을 먹는 날이 훨씬 많겠지만, 점심이 늦어 저녁이 부담스러운 목요일이나 평소와 조금 다르게 먹고 싶은 날에는 샌드위치를 떠올릴 것 같다. 동네 가게에서 간편하게 사 먹어도 좋고, 집에서 아내와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만들어도 좋다. 빵은 간식이고 밥은 식사라고 여겼던 내 식탁에, 어느새 한 끼를 준비하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