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참 맛있었던 파스타

폴란드에서 이탈리아까지, 한 접시의 파스타가 불러낸 오래된 여행

by굳데이

한때는 누군가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라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이탈리아'를 꼽곤 했다. 콜로세움이나 화려한 미술관 때문이 아니었다. 오로지 그곳에서 맛보았던 음식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그전까지만 해도 파스타나 피자를 내 돈 주고 사 먹을 만큼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내 입맛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어느 겨울날의 우연한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주재원 시절, 연말 휴가를 맞아 아내와 반려견 두 마리를 차에 태우고 여행을 떠났다. 폴란드를 출발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며칠을 묵은 뒤 이탈리아 로마까지 직접 운전해서 가는 꽤 긴 여정이었다. 오스트리아의 눈 덮인 산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운전하다 잠시 쉬어갈 겸 한 휴게소에 들렀다. 강아지들과 가볍게 산바카라을 마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빵과 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먹은 파스타가 어찌나 맛있던지,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지금까지 먹었던 파스타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알고 보니 그 휴게소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조금 벗어난 이탈리아 땅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쩐지 첫 입부터 맛이 남다르더라니." 그때부터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피자와 파스타를 즐겨 먹게 되었고, 특히 눈 덮인 산길의 작은 휴게소에서 우연히 맛본 그 파스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휴가를 마치고 폴란드로 돌아와 종종 파스타를 먹어보았지만, 이탈리아에서 느꼈던 그 감동은 없었다. 그 맛을 다시 만난 건 반년쯤 지나 아내의 쇼핑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밀라노로 떠났을 때다. 하루는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집결하는 일일 관광 투어를 신청했는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그동안 잊지 못했던 이탈리아 파스타의 맛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고, 투어 시간에 쫓겨 가장 빨리 나올 것 같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주문했다. 한입 먹는 순간, 그 맛이 너무나 반가웠다. 눈물이 날 만큼 맛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지난번 이탈리아에서 처음 맛보았던 파스타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주재원 생활을 하는 동안 이탈리아를 찾을 때마다 파스타를 비롯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거의 10년 만에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주재원 시절 가보지 못했던 토스카나와 이탈리아 남부 지역을 2주에 걸쳐 여행했다. 예전보다 여유롭게 이탈리아를 둘러볼 수 있었던 만큼 음식에 대한 기대도 컸다. 공항에 도착해 로마로 이동한 뒤 숙소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가 파스타를 주문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다음 날 다른 식당을 찾아 파스타를 먹어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내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입맛이 변한 걸까? 아니면 그동안 한국에서 먹었던 파스타가 더 맛있어져서 그런가?" 여행하는 동안 다른 식당에서도 파스타를 몇 번 더 먹어보았다. 하지만 예전에 이탈리아에서 맛있게 먹었던 그 느낌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안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요즘 나는 카페 온라인카지노 양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 요리를 하다 보면 가끔 주재원 시절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파스타가 생각난다. 오늘은 그 생각이 난 김에 내가 좋아하는 엔초비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올리브오일에 볶아 향을 내고, 엔초비를 넣어 천천히 녹였다. 여기에 삶아둔 파스타 면과 면수를 넣고 잘 섞어주었다. 면수와 오일이 어우러지면서 소스가 면에 자연스럽게 배어들도록 볶아낸 뒤 후추를 조금 뿌려 마무리했다.








# 재료


스파게티 면(종류는 취향껏) 150g, 마늘 6개, 방울토마토 6개, 블랙 올리브 6개, 케이퍼 2작은술, 선드라이 토마토 2개, 엔쵸비 4줄, 페페론치노 4개, 화이트와인 4큰술, 올리브유 4큰술, 면수 250ml(생수 150ml 포함),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루꼴라 취향껏



# 요리 과정


면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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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 1.5L에 소금 1큰술과 올리브오일 1작은술을 넣고 파스타 면을 8분간 삶는다. 면을 건진 뒤 면수 100mL는 따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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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 서로 붙지 않도록 올리브오일을 약간 넣어 가볍게 버무려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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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수 100mL에 생수 150mL를 섞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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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론치노, 엔초비, 선드라이 토마토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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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블랙 올리브, 케이퍼, 마늘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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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잘게 다져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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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어 볶다가, 엔초비를 넣고 함께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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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넣고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넣어 알코올을 날린 후, 방울토마토를 넣고 으깨가며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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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올리브, 케이퍼, 선드라이 토마토를 넣고 면수를 부어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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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기 시작하면 면을 넣고 소스가 잘 배도록 면을 가볍게 풀어가며 볶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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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엔초비 오일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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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들여다본 엔쵸비 오일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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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파스타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렸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입 먹어보니 짭조름한 엔초비의 맛에 마늘 향이 어우러져 제법 맛있었다. 식당에서 사 먹는 파스타가 부럽지 않을 만큼 입에 잘 맞았다. 파스타를 먹다 보니 문득 밀라노 대성당 앞 작은 식당에서 알리오 올리오를 먹으며 "그래, 바로 이 맛이야"라고 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의 파스타와 지금 내가 만든 파스타는 같은 맛이 아니다. 하지만 한 접시의 파스타를 앞에 두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래전 이탈리아에서 보냈던 시간이 하나둘 떠올랐다.


"폴란드에서 로마까지 차를 몰고 갔던 그 겨울 기억나?"


아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스트리아의 눈 덮인 산길을 달리던 이야기부터 휴게소에서 강아지들과 산바카라했던 일, 밀라노 대성당 앞 식당에서 급하게 먹었던 알리오 올리오 이야기까지 한참을 나누었다.


이제는 이탈리아에 다시 가서 그때 먹었던 파스타를 꼭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때의 파스타는 그때의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오늘 내가 만든 엔초비 오일 파스타는 또 오늘의 한 끼로 충분히 맛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파스타 한 접시를 사이에 두고 오래전 이탈리아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