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갈비에서 돼지불고기까지

돼지고기 한 점에 담긴 신혼과 젊은 날, 그리고 가족의 시간

by굳데이

나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즐겨 찾는다. 삼겹살도 좋고 매콤한 제육볶음도 좋다. 속에 열이 많은 내 체질에는 찬 성질을 가진 돼지고기가 잘 맞는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탓도 있다. 무엇보다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가격 부담이 덜해 우리 식탁에 친숙하게 오르내리는 고기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고, 매콤하게 볶아낸 제육볶음에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돼지고기는 특별하고 거창한 날보다 평범한 일상의 식탁에서 더 자주 만났던, 내게 정겨운 음식이다.


하지만 돼지갈비에 얽힌 기억은 조금 다르다. 내게 돼지갈비가 익숙한 음식이 된 것은 결혼하고 나서부터다. 내 처가는 부산 온천장 부근에 있었다. 신혼 초 처가에 갈 때면 근처의 돼지갈비집을 찾곤 했다. 당시 온천장 주변에는 돼지갈비로 이름난 집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자주 찾았던 곳이 ‘산저집’이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처남과 처제까지 함께 둘러앉아 돼지갈비를 구워 먹었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갈비를 노릇하게 구워 상추에 싸 먹으며, 맛있는 고기를 마음껏 실컷 먹는 것이 그저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돼지갈비에는 고기의 맛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갓 결혼한 풋풋한 사위였던 나와 처가 식구들이 둘러앉아 웃고 이야기했던 시간과 따뜻한 정이 고기 한 점 한 점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던 무렵에는 온라인 게임이 여의도에 있었다. 퇴근 후 다리 하나만 건너면 닿는 마포의 이름난 돼지고기집, ‘마포 최대포’를 자주 찾았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 외식을 하기도 했고, 회사 동료나 친구, 지인들과 모임이 있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젊은 날의 고민과 세상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주말이나 평일 저녁 할 것 없이 식당 안은 늘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북적였고, 달큼하게 익어가는 고기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식당 안에 뒤섞여 있었다. 그때는 그 뜨거운 풍경과 내 젊음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았다.


얼마 전 우연히 그곳을 다시 지나쳤다. 예전 자리를 지키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포 최대포’는 이미 문을 닫았고, 함께 자리했던 주변의 돼지갈비집들은 조금씩 수리를 한 모습으로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때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했던 골목의 풍경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주변에는 재개발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어, 지금 남아 있는 모습마저 머지않아 사라질지 모른다.


음식의 맛은 그대로일 텐데, 그 음식을 함께 나누던 사람도, 장소도, 시간도 조금씩 변해간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돼지갈비를 떠올리면 혀끝의 맛보다 그 시절 나와 마주 앉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떠 오른다.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던 지난 주말, 아이들 내외가 이제 막 아홉 달 된 어린 손자를 데리고 집에 다녀갔다. 날씨가 워낙 무더운 데다 어린 손자를 데리고 외식하기도 부담스러워 집에서 편하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미리 정육점에 들러 싱싱한 돼지 목살을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돼지 목살로 간장 돼지불고기를 만들었다. 정육점에서 미리 먹기 좋게 썰어온 기름기 적당한 목살에 시원한 배를 쓱쓱 갈아 넣고, 진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을 버무려 잠시 재워두었다가 센 불에 휘리릭 볶아냈다. 달군 프라이팬 위에 양념 밴 고기가 닿자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고, 이내 달큼한 양념 향이 온 집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고기를 볶는 동안 거실에서는 아이들의 두런두런한 대화 소리와 손자의 옹알이가 기분 좋은 배경 음악처럼 들려왔다. 여기에 고기의 기름진 맛을 산뜻하게 잡아줄 양파 부추무침을 곁들이고, 신선한 깻잎과 상추도 넉넉히 씻어 상에 올렸다.







# 재료


돼지고기(목살) 600g, 고기 양념 1차(배즙 200ml, 원당 1큰술, 청주 3큰술), 고기 양념 2차(굵게 다진마늘 6개, 대파 흰 부분 2대, 청양고추 4개, 풋고추 2개, 진간장 6큰술, 후추 약간), 참기름 1큰술, 양파 부추무침(양파 작은 것 1개, 부추 100g, 진간장 3큰술, 다진마늘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식초 1큰술, 통깨 1큰술)



# 요리 과정


키친타월로 눌러 돼지고기의 핏물을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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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 1개는 껍질과 씨를 제거한 뒤 믹서기에 곱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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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간 배즙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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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에 간 배즙과 원당, 청주를 넣고 고루 버무린 뒤 10분 이상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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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는 길게 반으로 가른 뒤 어슷하게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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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송송 썰고, 마늘은 굵게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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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고추, 마늘, 진간장, 후추, 참기름을 넣고 고루 버무린 뒤 10분 이상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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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열한 팬에 재운 고기를 넣고 센 불에서 볶는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고 고루 버무린 뒤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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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1개는 채 썰어 물에 5분 이상 담가 매운맛을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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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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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는 5cm 길이로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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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간장, 고춧가루, 식초, 통깨를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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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부추에 양념장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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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양파 부추무침을 담고 돼지불고기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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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돼지 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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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불고기와 쌈 채소(깻잎,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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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볶아낸 간장 돼지불고기는 달큼한 양념과 짭조름한 간장 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웠다. 센 불에 볶아낸 목살에는 양념이 고루 배어 부드러우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야들야들하게 익은 목살 한 점을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밥과 함께 몇 점을 먹다가 향긋한 깻잎에 돼지불고기와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양파 부추무침을 올려 한 쌈 싸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부추와 양파의 알싸하고 아삭한 식감이 돼지고기의 묵직한 맛을 산뜻하게 덜어주어, 더운 여름날 잃었던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식탁에 둘러앉아 내가 만든 돼지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아이들 내외를 보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미소 지었다. 신혼 초 부산 온천장에서 처가 식구들과 돼지갈비를 나누어 먹던 앳된 사위에서, 여의도 퇴근길 마포의 고깃집에서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가장을 거쳐, 이제는 자식을 위해 직접 돼지불고기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내 삶의 굽이굽이마다 돼지고기는 늘 곁에 있었고, 식탁 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는 내 인생의 따뜻했던 시절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듯하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먹었던 돼지불고기도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날 식탁 가운데 놓인 것은 특별한 음식도, 값비싼 요리도 아닌 간장 돼지불고기 한 접시였다. 하지만 내게는 가족이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나눈 소중한 한 끼였다.


음식은 먹고 나면 사라지지만, 함께 먹었던 사람과 그날의 풍경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내가 음식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또 하나의 가족 기억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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