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멘토 내몸공부-2부1장
채소·과일식이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하나의 유행처럼 퍼질 때가 있었다. 체중을 줄여주고 피부를 맑게 해준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시작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기짐을 견디지 못하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만두곤 했다. 그들에게 채소·과일식은 잠시 거쳐 가는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채소·과일식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오늘로 채소·과일식을 시작한 지 860일이 되었다.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아침 식탁을 맑은 야채와 과일로 채우는 일은 내 삶의 꾸준한 루틴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것은 살을 빼기 위한 고군분투가 아니라, 내 몸의 원래 기능을 되찾아주는 회복의 과정이었다.
860일 전의 나를 돌아본다. 아침마다 몸은 찌푸둥했고, 속은 늘 더부룩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보양식과 영양제를 챙겨 먹었지만, 몸은 계속해서 중력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바닥으로 꺼져 내렸다. 낮에 1~2시간은 누워서 쉬어야 했다. 몸이 무거우니 마음도 예민해졌고,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밀려왔다.
채소·과일식을 시작하고 하루이틀 만에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신선한 상추, 브로콜리, 당근, 비트, 토마토, 사과, 양배추, 적양배추, 용과, 비트, 당도 낮은 과일과 캐슈넛,땅콩, 호두 등 견과류, 다시마를 정성껏 차려 천천히 씹어 먹는 시간을 쌓아갔다. 채소과일식 단톡방에 매일 인증사진을 올려 혼자하는 외로움을 덜었다. 서로 응원해주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100일이 지나자 속의 더부룩함이 사라졌다. 300일이 지나자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가벼워졌고, 몸 구석구석을 괴롭히던 염증들이 소리 없이 자취를 감췄다. 500일을 넘어서자 내 인상과 마음가짐마저 달라졌다. 860일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날짜의 합이 아니다. 내 몸속 피와 세포가 맑은 생명력으로 완전히 교체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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