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10년을 기다린 뉴욕행 비행기표
어느 날 밤,
서랍을 열고 보석 상자를 꺼냈다.
아래쪽 사랑니 두 개는 여전히 그때 모양 그대로였다.
머리와 뿌리가 온전한 치아 두 개,
사랑니라기보다 어떤 기념품처럼 보이는 것들.
나는 그 옆에 뉴욕 박물관에서 사다 줬던 커다란 지우개를 같이 올려 놓았다.
하나는 누군가가 내 통증을 정확하게 다뤄 줬던 증거.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내 기억을 조금 지워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시간의 흔적.
둘을 나란히 놓고 보니 갑자기 그렇게 느껴졌다.
‘이제 이 두 개는, 같은 상자 안에 있어도 괜찮겠구나.’
이미 현실에서 그는 어디 다른 병원 어딘가에서 다른 환자의 사랑니를 뽑고 있을 것이고,
나는 이 도시 어딘가에서 다른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10년 전의 사랑은 이미 어딘가에서,
우리 말고도 여러 번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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