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같은 날, 다른 생각
음력 8월이 가까워질수록, 내 머릿속엔 케이크보다 그의 스케줄표가 먼저 떠올랐다.
그의 하루는 언제나 시간 단위로 쪼개져 있었고, 그 가운데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칸은 늘 가장 나중에 채워졌다.
그때 그는 무엇보다 자기 커리어가 우선인 사람이었다.
레지던트 2년차,
앞으로의 수련과 군의관 입대,
교수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길의 초입.
어떤 선택이든 그 길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으려 했다.
“우리 음력 생일, 같이 축하하자.”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미 케이크 모양과 양초 개수까지 떠올렸다.
“케이크는 내가 살게.”
내가 말했다.
“오빠는 시간만 내. 아, 생일 축하 편지는 받고 싶어.”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시간이 제일 비싼데.”
농담이었지만, 농담이 아니기도 했다.
그의 세계에서는 시간을 쓰는 순서가 곧 우선순위였으니까.
음력 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주에 학회 준비가 몰려 있어서.”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교수님이랑 케이스 발표 준비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환자도 정리해야 하고… 정확히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우리 생일은?”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물었다.
“당연히 챙기고 싶은데…”
그가 말을 골랐다.
“지금 내 상황에서 ‘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딱 두 개뿐이라서.”
나는 그 두 개가 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았다.
병원.
그리고 교수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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