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꽃, 산, 바카라
첫 번째 사랑니를 성공적으로 빼고 난 뒤, 우리는 확실히 더 가까워졌다.
발치 당일, 마취가 덜 풀린 입으로
“하나도 안 무서웠어”
라고 말하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다음 사랑니도 내가 바카라임질게. 이제 여나의 사랑니는 내 전문 분야야.”
그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그 문장을 믿어 버렸다.
“다음도, 그 다음도 이 사람과”라는 약속처럼 들려서.
벚꽃이 피기 시작한 건 첫 번째 사랑니를 뺀 자리가 아물어 갈 즈음이었다.
“석촌 호수에 벚꽃이 예쁘게 피었어.”
그가 어느 날 메시지로 말했다.
“퇴근하고 시간 되면 한 바퀴 돌까?”
벚꽃이 만개하기 직전, 조금 덜 붐비는 시간이었다.
그는 흰 가운 대신 얇은 점퍼를 입고 있었다.
나는 마스크 안쪽으로 아직 살짝 어색한 잇몸을 느끼면서 조심조심 걷고 있었다.
“여기 벚꽃길 예쁘지?”
그가 물었다.
“응.”
나는 대답했다.
“예전에는 여기 롯데월드만 왔거든. 서울에 살면서도 벚꽃 구경을 아직 안 와봤다니 조금 이상해.”
그는 잠깐 웃더니 내 휴대폰을 가리켰다.
“사진 하나 찍어줄까? 나중에 보면 ‘아래 사랑니 하나 뽑고 살아남은 봄’이라고 기억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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