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숫자를 따라 완성한 나의 여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색칠해 내 방에 걸어둔 건 이미 몇 년 전이었다.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번호에 맞춰 색만 칠하면 언젠가 작품이 완성되는 그 단순한 구조가 마음에 들어 명화 색칠 키트를 사서 한칸 한칸 칠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10개가 넘는 작품으로 남았다.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번호에 맞춰 색만 칠하면 언젠가 작품이 완성되는 그 단순한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잘 못 칠해도, 이건 어차피 완성되게 되어 있어.”
로맨스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칠하다 보니 어느 날 캔버스 앞에는 금빛으로 엉켜 있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그 그림을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정해진 선을 따라가기만 해도, 이 정도 모양은 나오는구나.’
사랑니를 빼고 나니 며칠 동안 외출을 할 수가 없었다.
얼굴이 퉁퉁 붓고, 죽만 먹으며 견뎌야 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진통제가 듣는 시간과, 약효가 떨어져 가는 시간.
얼음팩을 왼쪽 얼굴에 대는 시간과, 잠깐씩 거즈를 빼고 물을 조금 마시는 시간.
왼쪽 위 사랑니를 빼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밤이었다.
나는 바카라상 밑에 두었던 커다란 캔버스를 꺼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칠해야지, 하고 사 두고는 아직도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서랍 안에 밀어 넣어 두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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