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먼저 나를 맞이했다.
구조는 예전과 거의 똑같았다.
나는 안내받은 대로 진료용 의자에 누웠다.
어렸을 때부터 보고 또 봤던 익숙한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나를 담당하게 될 치과의사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마스크를 껴서 얼굴을 자세히 볼수는 없지만, 눈빛이 선했고 진지한 레지던트였다.
그는 가운 소매를 한 번 걷어 올리고 모니터를 확인했다.
오늘 처음 만난 치과의사가 진료 시스템 화면을 읽으며 내 의료기록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나도 이 병원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10년 전, 이 곳에서 그와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날이 떠올랐다.
“나, 뉴욕에 갈 거야.”
내가 말했다.
“보내줘.”
데이트 날짜를 몇 번이나 맞춰 보다가 결국 어긋났던 것처럼, 우리의 계획도 자꾸 엇갈리기만 하던 시기였다.
결국 우리는, 빼지 않고 남겨둔 사랑니처럼 깔끔하게 빠져 나오지 못한 채 헤어졌다.
말은 정리해 두었지만, 감정은 그대로 잇몸 속에 남겨 둔 것처럼.
당당하게 이별을 고했지만 그 후로 나는 뉴욕 대신 다른 나라, 다른 도시들만 돌아다녔다.
‘이번엔 진짜 뉴욕으로 가볼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쳐 비행기 티켓을 검색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미국 내에서도 다른 공항에 내리는 식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뉴욕에 가 버리면 그와 했던 마지막 말까지 끝내 지켜 버리는 것 같아서 무서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김여나 님?”
젊은 의사의 목소리가 생각을 끊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몇 번 움직였다.
화면 오른쪽 위에 내 이름이 떠 있고, 그 아래로 진료 기록들이 내려왔다.
“저희 병원에서 치료 받으신 적 있으시네요.”
그가 말했다.
“발치, 충치 치료… 교정도 하셨고요. 사랑니 발치도 있었고요.”
“네.”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 사랑니 발치에는 사실 두 개의 사랑니가 들어 있었고,
그 옆에는 내가 몰래 보관해 둔 시간들이 더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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