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그만할래?

안 괜찮아도 괜찮아!

by새로미


지금, 안 괜찮습니다.

괜찮은 척, 괜찮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더 이상

몰아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안 괜찮다고, 힘들다고 소리쳐 보려고 합니다. ​타인의 감정은 너무나도 잘 읽고, 공감하면서도 내 속에 있는 감정은 읽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이 쌓이고 더 이상은 에너지가 고갈되어 버티지 못할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몸 증상의 호전에만 급급하여 나 자신을 다그치며 전전긍긍한 마음으로 병원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내 안의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고, 그 위험을 감지한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여기서 멈춰 쉬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쉬는 이 자리가 나의 자리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며 슬롯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슬롯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가정에서도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 좋은 며느리 등등… 다양한 슬롯적 역할들로 둘러 쌓여 나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린지도 모른 채 살았습니다. 어느 날, 모든 것을 멈춰 버린 순간에도 한 번에 놓지 못했습니다. 계속 더 해야 한다고, 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난 무엇이든 다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누군가는 쉬니깐 좋겠다고 했지만,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데, 어디가 부러지지 않고, 큰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시선에는 난 그냥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나였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안에 내가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저 누군가의 무엇으로만 살아온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져 아프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은 나와 타인의 적절한 거리를 두지 못한 삶을 살아서 그랬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타인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각자는 각자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내가 타인의 짐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언합니다.

지금, 안 괜찮습니다.

괜찮은 척하지도 않을 생각입니다.

안 괜찮으면 안 괜찮다고 하고, 괜찮으면 괜찮다고 하고.

내 안의 나를 표현하면서 살아가보려고 합니다.


누군가도 괜찮은 척 지내다가 에너지가 바닥나 쓰러지지 않길 바랍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그 아픔을 견디고 일어나기까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흘러가는 대로, 자연의 흐름에 나를 맡긴 채 그렇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습관적으로 괜찮은 척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외치려고 합니다.


“괜찮은 척 그만할래? 안 괜찮아도 괜찮아!”


그렇습니다. 괜찮은 척하면 사람들은 정말 괜찮은 줄 압니다. 속 깊이 나를 생각하며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려 줄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자꾸 속이다 보면, 나 자신조차도 내가 괜찮은 줄 알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렇게 갑자기 멈춰버리게 됩니다.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괜찮다고 억누르다 터져 버리지 않도록 말입니다.



안 괜찮아도 괜찮습니다.

세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바카라임감은 살짝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먼저 지켜봅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