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 어때?

외로울 때도 있지만, 좋을 때도 있더라.

by새로미

휴직을 하게 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꽤 길어졌다. 물론 처음에는 병원을 다니느라 지쳐서 그 시간이 의미가 없었다. 내 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에는 마치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 같은 하루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괜찮아. 잠시 쉬어도 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다.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상담도 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시간을 쓴다.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도 새롭게 다가왔다. 혼자만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중이다.


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닌, 나를 채우는 데 에너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혼자만의 시간을 채워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아온 것이다.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5초 안에 말해보세요.”


1, 2, 3, 4, 5.


대답하기 어려운가?

생각이 많은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인데도 답을 찾으려 할 수도 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답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은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가족들과의 여행, 친구와의 여행은 했지만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어느 날 만난 온라인 게임 선배의 조언이었다.


“지금 질병 휴직 중인데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는 데 제대로 시간을 못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가족들과도 잠시 떨어져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때요?”


질병 휴직으로 쉬고 있었지만 가정에서는 여전히 엄마였고 아내였다. 과거보다 조금 힘을 빼려고 했지만, 그 역할까지 내려놓는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온전히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용기를 냈다.

난생처음 떠난 혼자만의 제주도 여행. 아이들이 걱정되어 혼자 떠날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엄마의 마음까지 헤아릴 만큼 성장해 있었다.


“돌고래가 보고 싶어.“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돌고래를 보고 오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떠났다. 공항에 혼자 가는 것, 제주도에 혼자 가보는 것, 렌터카를 혼자 빌려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온통 처음인 그 새로운 경험이 신선한 에너지가 되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언제 잘지, 무엇을 먹을지 그 모든 것들을 계획하지 않고 온전히 그날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는 것, 알람을 맞추지 않고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 내가 먹고 싶을 때,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먹는 것.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바다를 보러 가기도 하고, 숲에 가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처음이었다.


처음 보는 제주도민들과 대화도 해보고, 목욕탕에서 달걀과 귤을 얻어먹기도 했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과 시오름을 함께 오르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있었다. 온전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경험이 소중했다. 내 기준대로 살아도 세상은 큰 변화 없이 잘 굴러갔다. 타인과 슬롯가 정한 기준대로 살아왔던 나였기에 그 경험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도 있었지만, 엄마를 응원한다며 멋있다고 보내준 딸의 문자에 감동받았다. 돌고래를 보기 위해 돌고래 보트를 예약했는데, 풍랑주의보로 보트가 뜨지 못해서 여행을 하루 연장하기로 했다. 다음날 돌고래 보트를 타고도 돌고래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차귀도 선착장에 들렀다. 정박된 유람선의 선장님께서 손가락으로 돌고래 떼를 보라고 알려주셨다. 돌고래 떼가 헤엄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여행에서, 유일하게 계획했던 것은 우연히 이루어졌다.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내적 치유와 행복을 위해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나를 느낀다.


좋아하는 것 3가지를 이제 5초 안에 대답할 수 있다.


바카라. 글쓰기. 자연.


늘 누군가를 위한 역할을 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삶의 중심에 놓아보려 한다. 돌고래가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작정 떠난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혼자 있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를 중심에 놓는 법을 배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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