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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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숨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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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7일 목요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내가 고3 수험생이던 2001년도 초겨울 이후로 가장 특별한 수능일이었다. 첫 제자들인 우선고등학교 고3 학생들이 치르는 중요한 시험이자, 교사로서 처음 맞는 수능이었으니까.

2016년 올해는 무엇이든 처음인 게 많았다. 그래서 더 실수도 잦았지만, 한편으론 모든 게 새롭고 설레는 여정이었다. 이제 그 한해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선고등학교, 수능 대박나자!”

“선배님들, 파이팅입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보고 와. 힘내!”

우선고등학교 수험생들은 과목 선택에 따라 여러 장소로 분산돼 시험을 치렀다. 우선고등학교 신입 교사와 교장, 일부 부장 교사들은 가장 많은 학생이 배정된 동인천의 한 수능 고사장에 응원을 나왔다. 학생회는 이른 새벽부터 따뜻한 차와 간식 꾸러미를 준비해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의 손에 정성 어린 마음을 전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의 고3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에도 수능 고사장이던 강화여고 교문 앞에서 따뜻한 캔 커피를 건네던 담임 선생님과 응원하던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도 이렇게 새벽부터 언 발을 동동 굴리며 고생했겠구나.

“강민 쌤, 국어 영역 만점 받고 올게요.”

목도리를 칭칭 두른 수험생 호준이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허세를 부렸다.

“너는 수능 날까지도 여전하구나. 긴장 안 돼?”

“전 긴장 같은 거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쌤이 잘 가르쳐 주셨으니까, 국어는 무조건 잘 볼 거예요.”

“그래, 고맙다. 잘 보고 와.”

빈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을 건네는 호준이가 고맙고 또 한편으론 짠했다. 정녕 피할 수 없는 관문이라면, 저들이 인생의 중요한 첫 관문을 무사히 잘 통과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모두 들어가자 부장 교사들은 각자의 일정대로 흩어졌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기간제 교사와 신입 교사들에게 교장이 말했다.

“아침들 드셨어요? 내가 살 테니 근처 해장국집에서 식사하고 갑시다. 오늘 같은 날은 다시 학교로 들어갈 생각 말고 밥 드신 후 바로 퇴근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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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고 다시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출근 버스에서 내려 학교 입구로 걸어가는데 앞서서 걷고 있는 역사 교사 P의 뒷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 강민 쌤. 지금 오시는 거예요?”

P가 걸음을 늦추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P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근데 쌤은 아침부터 왜 이리 표정이 심각해요? 뭔 일 있어요?”

“아, 그게… 출근하다가 버스에서 학생 아버지 전화를 받았는데요.”

P는 기간제 교사 경력 3년 차로 우선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다.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의 어머니가 어제 새벽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아침 출근 버스에서 받았다는 것이었다. 담임 경력은 햇수로 2년째고 그동안 학생의 조부모가 돌아가신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경우는 처음이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강민 쌤은 올해가 교사 처음이시니까 당연히 이런 경험이 없으실 테고. 흠, 아무래도 장례식장에 가봐야겠죠?”

P가 내 생각을 물었다. 난 학생의 가족상은 물론이고, 지인들의 장례식장도 별로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만약 담임 교사라면 학생 부모의 장례식에는 꼭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가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

“그래야겠죠? 어휴, 근데 어머니의 장례라니. 담임이라고 가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혼자 뻘쭘하기도 하고.”

‘뻘쭘’이라는 P의 단어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학생 성격에 따라 좀 다르지 않을까요. 물론 당연히 상처가 크겠지만…”

“그 애 성격이 좀… 아, 강민 쌤도 알지 않아요? 쌤 동아리 학생인데, 이진우라고.”

“예? 진우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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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혼자 가기 어려워하는 P의 부탁도 있었지만, 나도 왠지 그냥 넘기기에는 마음이 불편했다. 같은 1학년들로만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내에서도 늘 말이 없고 고독해 보였던 진우였다. P의 말을 들어보니 진우 어머니는 몇 년째 지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진우를 통해서 들은 게 아니라, 진우의 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진우의 표정이 늘 어두웠던 것일까. 어머니가 매일 걱정돼서? 아니면 아픈 어머니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서? 확실한 건 지금 누구보다 진우의 상처가 크다는 사실이었다.

“쌤, 저도 점심시간에 같이 외출해서 장례식장 갈게요. 진우가 별로 반기진 않겠지만, 동아리에서도 충분히 마음 써주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되네요.”

“오, 정말요? 강민 쌤이 같이 가주신다면 고맙죠. 제가 교감, 교장 쌤한테는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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