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일인 줄 알았다

by여운

회사에 자주 오는 외국인이 한 명 있다. 늘 무뚝뚝한 표정이다. 말도 길게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 하고 돌아간다. 몇 번을 만났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달랐다. 평소보다 이야기가 길었다. 자기 고향이 네팔이라고 했다. 가족들이 이번 홍수 피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화면 속 모습은 처참했다. 물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집과 도로가 망가져 있었다. 뉴스에서 네팔 홍수 소식을 이미 봤지만 그 사람이 보여주는 화면은 다르게 느껴졌다.


뉴스에서 볼 때는 ‘네팔에 큰 홍수가 났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솔직히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말했다.

저곳에 자기 가족이 살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 화면이 다르게 보였다. 저 집에는 누군가의 부모가 살았을 것이고, 저 동네에는 누군가의 형제와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기 이야기를 했다. 아마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고향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족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위로의 말을 건네도 너무 가볍게 느껴질 것 같았다.


내 가족이라면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나는 평소처럼 출근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 가족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면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그런데 오늘 네팔 이야기를 한 사람은 그 사람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왔다. 업무 때문에 현재 거주하는 곳을 물어봤다. 그런데 지금은 거주지가 없다고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출국할 예정이라 한국 생활을 모두 정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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