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릴 게 없는 줄 알았다. 21일 비우기 #2주차

by여운

21일 비우기 2주 차가 시작됐다.

1주 차에 생각보다 많은 물건을 비웠다. 처음에는 하루 세 개를 찾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2주 차가 됐는데도 나온다. 아주 잘 나온다.


8일 차. 아이는 크고 신발은 작아진다

작아진 아이 신발을 꺼냈다. 아이 발은 이미 커졌는데 신발은 신발장에 그대로 있었다. 다시 신을 가능성은 없다. 고민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확실히 작아지지 않고 꽉 끼는 상태라서 조금 더 기다릴 생각이었나 보다.

내 낡은 운동복도 꺼냈다. 오래 입어서 낡았는데 집에서 입으면 된다는 이유로 가지고 있었다. 집에서 입는 옷에는 이상하게 관대하다. 밖에서 못 입겠다 싶은 순간부터 실내복으로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그러다 정말 못 입겠다 싶으면 잠옷이 된다. 옷 한 벌의 생명력이 생각보다 질기다.


9일 차. 담는 물건도 물건이다

수납 바구니를 비웠다. 크레파스와 돗자리도 꺼냈다.

크레파스는 아이들이 어릴 때 쓰던 것이다. 이제 잘 쓰지 않는다. 이제 다 몽당크레파스가 되어버려서 쓰기에도 불편하다. 돗자리도 언젠가 쓸 것 같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언젠가가 잘 오지 않았다.

수납 바구니를 버리면서 조금 이상했다. 정리하려고 산 물건인데 이제는 수납 바구니 자체를 정리하고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긴다. 물건을 버리다가 물건을 담던 물건까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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