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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아까워서 썩을 때까지 뒀다

by여운

남편은 남은 음식을 버리는 걸 싫어했다.

저녁을 먹고 애매하게 남은 반찬을 정리할 때면 늘 의견이 갈렸다. 나는 안 먹을 것 같으니 버리자고 했고, 남편은 혹시 모르니 놔두자고 했다.

"이거 다음에 안 먹을 거잖아."

"먹을 수도 있지."

그 '먹을 수도 있지'가 문제였다. 가능성만 따지면 세상에 버릴 수 있는 음식이 어디 있겠나. 내일 먹을 수도 있고, 모레 갑자기 생각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집에서 그런 기적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결국 반찬은 냉장고로 들어갔다. 며칠 동안 아무도 찾지 않다가, 어느 날 냉장고를 열면 반갑지 않은 냄새가 났다. 뚜껑을 열어보면 이미 상해 있고, 운이 나쁘면 곰팡이까지 피어 있었다.

그제야 남편도 버리는 데 동의했다.

나는 이 과정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어차피 버릴 음식인데 왜 굳이 상할 때까지 기다릴까. 상했다고 갑자기 안 아까워지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 남편 생각의 회로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건 내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아직 먹을 수 있는데 버리기로 선택하면 죄바카라감이 든다. 반면 상해버리면 선택할 필요가 없다. 먹을 수 없으니 버릴 수밖에 없고, 그때는 마음이 덜 불편하다.

남편은 음식을 안 버리려던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렸다는 죄바카라감을 피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사이의 수고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는 거다.

멀쩡할 때 버렸다면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고 그릇을 씻으면 끝이었다. 상한 음식은 달랐다.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괴로웠다. 악취를 맡으며 버리고, 곰팡이 핀 그릇을 씻어야 했다. 그동안 냉장고 자리도 차지했고, 누군가는 상태를 확인해야 했고, 결국 누군가는 버려야 했다. 미룬다고 그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더 귀찮고 불쾌해져서 돌아올 뿐이었다.

남편은 음식을 아껴서 마음이 편했을지 몰라도, 나는 그걸 치우느라 몸이 고생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반복되니 나도 화가 났다. 그래서 말했다.

"안 버리고 싶으면 나중에 당신이 버리고 그릇까지 씻어. 그게 싫으면 내가 버리자고 할 때 그냥 버리게 해 줘."

남편이 음식을 보관하고 싶어 하는 마음까지 막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선택의 뒤처리까지 내가 맡고 싶지는 않았다. 남겨두자고 하는 사람과 상한 음식을 치우는 사람이 다르면, 안 버리는 쪽은 손해 볼 게 없으니까.

그 뒤로는 이런 실랑이를 하지 않는다.

이 일을 겪고 나니 물건을 못 버리는 마음도 다르게 보인다.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버리면 아깝다.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놔뒀다가, 오래돼서 못 쓰게 되면 그제야 버린다. 그때는 아깝지 않다. 하지만 못 쓰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보관하고, 옮기고, 닦고, 관리하는 수고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버릴 때 드는 죄바카라감만 생각했지, 버리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수고는 잘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멀쩡한 물건을 무조건 버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다시 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안 쓸 걸 알면서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붙잡아두는 게 늘 더 나은 선택은 아니라는 거다.

상하고 나서 버리면 죄바카라감은 덜할지 몰라도, 그 사이에 음식이 다시 먹을 만해지는 일은 없다. 뒤처리만 어려워질 뿐이다.

우리 집은 남은 음식을 상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버릴 거라면, 적어도 곰팡이가 피기 전에 버리자.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미니멀라이프가 아니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정체 모를 냄새가 나지 않는,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수고로 미루지 않는 생활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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