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릴 게 없는 줄 알았다. 21일 비우기 #1주차

by여운

나는 버릴 게 없는 줄 알았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니까.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글도 제법 올렸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 초반, 한동안 꽤 열심히 물건을 비웠다. 필요 없는 물건은 바로 버리려고 하고, 물건을 살 때도 예전보다 오래 고민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이제 버릴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최근 『실전! 청소력』이라는 바카라을 읽었다. 바카라에는 ‘21일 파워법’이라는 방법이 나온다. 21일 동안 청소를 계속하면 변화가 생긴다는 내용이다. 21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힘이 있다는 설명에는 솔직히 큰 감흥이 없었다. 나는 숫자의 신비한 힘보다 일단 21일 동안 해보는 것에 관심이 갔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규칙을 조금 정했다.

하루에 세 개 이상 버리기.

기준도 세웠다.

1. 객관적으로 쓰레기인 것은 제외하기(당연히 버려야 하니까)

2. 아까워서 가지고 있는 것은 버리기

3.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것은 버리기


나는 이미 미니멀라이프를 한다는 사람이기에 버릴 것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하루 세 개 정도는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첫날부터 나왔다. 아주 잘 나왔다.




1일 차. 시작부터 한가득

첫 번째는 인터넷 쇼핑에 실패한 속옷이었다. 착용감이 좋지 않아 한 번도 제대로 입지 않았다. 해외 구매라 반품하기도 어려웠다. 돈 주고 샀다는 이유만으로 가지고 있었다. 입지는 않는다. 버리기는 아깝다. 그러니 서랍에 둔다. 이미 돈은 썼다. 그런데 나는 그 돈이 아까워서 서랍 공간까지 계속 내주고 있었다.

두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반팔 티셔츠였다. 문제는 나만 좋아한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극혐한다. 내가 입을 때마다 가족의 표정이 옷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 너무 편해서 입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에게는 재난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결국 보내주기로 했다. 내 취향 하나가 민주주의에 패배했다.

안 쓰는 화장품도 버렸다. 정리할 때 쓸 것 같아 모아둔 빈 통도 버렸다. 첫날부터 많았다. 이상하다. 분명 버릴 게 없다며 시작했는데.




2일 차. ‘언젠가’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둘째 날에는 일회용기를 꺼냈다. 캠핑이나 소풍 갈 때 쓰려고 모아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갈 때’다. 언제 갈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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