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보고, 덜 듣고, 덜 신경 쓰기로 했다

by여운

휴대폰을 한참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뭘 봤더라?'

분명 30분은 지났다.

누군가 여행 간 사진을 봤고, 아이 교육에 관한 글도 읽었다. 요즘 좋다는 물건도 봤고,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연예인 소식까지 알게 됐다.

그런데 휴대폰을 내려놓으면 남는 건 별로 없다.
오히려 머릿속만 복잡하다.

누군가 여행 간 걸 보면 나도 어디든 가야 할 것 같고, 아이 교육 이야기를 읽으면 갑자기 우리 아이에게 부족한 게 보인다. 살 생각도 없던 물건인데 여러 번 보다 보면 필요해 보인다.

가만히 잘 살고 있다가 휴대폰을 봤을 뿐인데 갑자기 내 삶에 부족한 것이 많아진다.

정보가 많아지면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 사소한 것까지 고민하게 된다.

아이 학원 하나를 알아보려고 해도 그렇다. 어디가 좋은지 검색하다 보면 교육법까지 넘어간다. 그러다 다른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 지, 무슨 문제집을 푸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학원 하나 알아보려고 했는데 마지막에는 엄마의 자질을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은 모르고 싶다. 모든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좋은 정보라고 해서 반드시 내가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쇼핑 앱의 할인 알림도 그렇다. 50퍼센트 할인한다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물건이다. 그런데 알림을 보는 순간 고민이 시작된다. 살까. 필요한가. 싸긴 한데. 예쁜데.

결국 사지 않더라도 이미 몇 분의 시간과 생각을 썼다. 그래서 안다고 삶이 달라지지 않는 정보도 굳이 찾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SNS도 보고 나면 즐거운 사람이 있고,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도 있다. 상대가 잘못한 건 아니다. 그 사람은 자기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자꾸 내 삶과 비교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계속 볼 필요가 있을까.

정보를 비운다는 건 세상에 관심을 끊고 사는 게 아니다. 내 관심을 아무 곳에나 쓰지 않는 것이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살다 보면 만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했는데도 마음이 편하다. 반대로 만나고 돌아오면 유난히 피곤한 사람도 있다.

누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지금의 나에게 그 관계를 감당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예전에는 모든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 연락이 오면 답해야 하고, 만나자고 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웬만하면 참았다. 관계가 멀어지는 건 내가 인간관계를 잘못한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마음도 한정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애쓰다 보면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 남겨둘 마음이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관계에도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과 가까워질 필요는 없다. 불편한 사람과 싸우거나 절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조금 덜 만나고, 덜 반응하고, 마음을 덜 쓰면 된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사람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거리를 조절하는 일이다.

그렇게 정보도 줄이고 관계에도 거리를 두다 보니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나는 왜 비우려고 하는 걸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여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덜 애쓰고, 충분히 누리며. 집과 하루, 마음의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평범한 일상에 이미 있는 좋은 것들을 발견합니다.

26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1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나는 느슨한 루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