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한평생을 나로 살았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대충 안다. 싫어하는 것도 대충 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잘하는 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나다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가끔은 나에게도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분야가 하나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혼자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새로운 일을 배우기도 한다. 직업을 바꾸거나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평소와 다른 곳에 나를 던져놓으면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진짜 나는 꼭 어딘가 먼 곳에 숨어 있을까.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직업 안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이미 내 안에 있는데 너무 많은 생각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나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동시에 그것을 말리는 목소리도 듣는다.
'지금도 충분하잖아.'
'뭘 그렇게까지 하려고 해.'
'편하게 살면 되지.'
'그걸 한다고 얼마나 달라지겠어.'
굉장히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다. 지금도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굳이 힘든 일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말을 계속 듣고 있으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게 된다. 안 해도 되는 이유는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못 할 이유도 많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왜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익숙해진다.
나는 그런 생각을 거창한 방법으로 떨쳐내지는 못한다.
그런데 집을 정리할 때는 조금 조용해진다.
화장실을 청소했다.
세면대를 닦고 거울에 튄 물자국을 지웠다. 여기저기 놓여 있던 물건도 치웠다.
마지막으로 물기를 닦고 나왔는데 화장실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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