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이거 누가 맡아서 해볼까?”라는 말이 나오면 공기가 묘하게 조용해진다. 다들 바쁘기도 하고, 굳이 나서고 싶지 않은 일일수록 더 그렇다. 예전의 나는 그 순간을 모르는 척하는 쪽이었다. 눈을 피하고, 괜히 바쁜 척을 하고, 어떻게든 지나가길 바랐다. 그런데 막내라는 이유로 일이 넘어오면 그건 또 억울했다. 왜 내가 해야 하지, 왜 항상 내가 떠맡지, 그런 생각이 쌓이면서 불만도 같이 쌓였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선택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다. 시켜서 하는 일, 떠밀려서 하는 일. 그래서 더 힘들었다. 같은 일을 해도 내가 원해서 하는 것과 어쩔 수 없이 하는 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전자는 경험이 되고, 후자는 스트레스가 된다. 이제 경험도 쌓이고 나이도 좀 들었다. 여유가 좀 생겨서 생각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피하기보다 먼저 선택해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걸 내가 먼저 가져와 보자고.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보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중요해 보이지 않아서 미뤄졌던 일이라면, 그 안에 내가 놓치고 있던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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