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좋은 옷을 입혀준 날이 있었다. 깨끗하고, 비싸고, 아까운 마음이 드는 옷. 그런데 그날 아이가 놀이터에서 넘어졌다. 순간 아이 상태보다 옷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흙이 묻었는지, 찢어지진 않았는지.
원래 옷은 사람을 보호하려고 입히는 건데, 그날은 내가 옷을 보호하고 있었다.
가끔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
아끼는 가방을 들고나가면 아무 데나 내려놓기가 어렵고, 괜히 더 신경이 쓰인다. 비 오는 날은 품에 꼭 껴안게 된다. 편하기 위한 도구인데, 애지중지하며 모시고 다니게 된다.
집도 비슷하다. 지나치게 좋은 집에 살거나, 집 안에 소중한 것들이 많아질수록 집을 비우는 일이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괜히 신경이 쓰이고, 밖에 나가서도 마음이 완전히 편하지 않다.
물건은 원래 나를 편하게 하려고 있는 건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물건을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더 좋은 걸 갖는 게 삶을 더 나아지게 한다고 생각했다.
더 좋은 옷, 더 좋은 가방, 더 좋은 집.
그런데 하나씩 좋은 것이 늘어날수록 신경 써야 할 것들이 같이 늘어났다.
편해지기 위해 시작했는데, 점점 더 조심하게 되고, 점점 더 얽매이게 된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지만, 결국 그 물건이 우리를 소유한다.”
이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이게 나를 편하게 하는가, 아니면 나를 신경 쓰이게 하는가.'
이 질문 하나로도 많은 선택이 달라진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아무 데나 앉을 수 있고, 가방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고, 아이를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다.
물건 때문에 제한되지 않는 삶.
그래서 너무 과분한 것을 애써 가지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것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편안한가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얽매이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로운 쪽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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