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빛바랜 반지를 꺼내 본다.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사느라 보석함 구석에 갇혀 있던 물건이다. 평생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내 손가락에 끼워졌던 그 증표는, 어느 순간부터 답답하고 지겨운 울타리가 되었다. 그 원 안에서 스치고 부딪치며 살다 보니 내 마음의 동그라미는 자주 우그러들고 일그러졌다. 어떤 날은 이음새가 툭 끊어질 듯 위태로웠고, 또 어떤 날은 차가운 금속성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님까지 봉양해야 했던 젊은 날, 나는 늘 주변을 향해 날카로운 각을 세우며 살았다. 퇴근 후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도 어질러진 집 안을 치우고 나면 자정이 되어서야 겨우 몸을 누일 수 있었다. 무던하지 못한 성격이 나를 더 옥죄었다.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했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못하는 예민함 때문에 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기 일쑤였다. 싱크대에 놓인 숟가락 하나, 거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도 내게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침범한 침입자처럼 보였다.
어느 늦은 밤, 녹초가 되어 퇴근했는데 싱크대에 빨간 국물이 들러붙은 냄비와 그릇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남편이 라면을 끓여 먹고 그대로 둔 채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평소라면 그냥 치웠을 그 사소한 것들이 그날은 왜 그리도 날카로운 칼날처럼 다가왔을까. 나는 잠든 남편의 지친 등 뒤에 대고 기어이 차가운 말을 내뱉고 말았다. “먹었으면 좀 치우지, 그깟 그릇 두세 개 씻는 게 그렇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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