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에 꽂아둔 바이올렛 줄기에서 잔뿌리가 돋았다. 솜털 같은 실뿌리가 하루가 다르게 물속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 한 달쯤 지나 뿌리가 제법 힘을 갖췄을 때 거름 섞인 흙에 옮겨 심어주었더니, 기특하게도 연보라색 꽃을 밀어 올렸다. 모체 줄기에서 보았던 것과 영락없이 같은 빛깔이다. 줄기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제 바탕을 잊지 않고 같은 색을 피워내는 것을 보니, 식물에도 사람의 그것과 같은 질긴 핏줄이 흐르는 모양이다.
아침 일찍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강원도에 사는 넷째 이모였다. 발신자 표시를 보지 않았다면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로 착각할 뻔했다. 이모는 어머니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외모도 비슷하지만, 목소리는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흡사하다. 무엇보다 낙천적인 성품이라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고, 우스갯소리로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에너지까지 생전의 어머니를 꼭 빼닮았다.
이모는 시간을 거꾸로 사는 사람 같다. 팔순의 연세에도 문화센터에서 노래와 춤을 즐기며 젊은이 못지않은 활기를 뿜어낸다. 보내오는 활동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여든이라는 숫자가 그저 가벼운 장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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