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품
초록 잎사귀 속에서 재료들이 조용히 몸을 말고 앉아 있다. 펄펄 끓는 솥에서 푹 쪄내어 한결 부드러워진 호박잎과 양배추는 제각기 속을 단단히 품어 살짝 불룩한 뺨을 하고 있다. 그 잎사귀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겉으로는 알 길이 없지만, 어쩐지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묵직한 확신이 든다. 하얀 밥알 하나조차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모든 것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며 서로에게 다정히 기대어 있다.
쌈을 싸는 일은 생각보다 섬세한 의식이다. 손바닥 위에 어떤 잎을 펼치고, 그 위에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입안에 가득 차는 한 입의 무게가 달라진다. 짭조름한 된장과 매콤한 고추장을 섞고 얇게 저민 마늘 한 점을 얹어 맛의 깊이를 더하면, 그제야 서로 다른 낯선 재료들이 제자리를 찾으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따로 떼어놓고 씹어보면 거칠고 밋밋한 것들도, 한데 모이면 서로의 결핍을 채우고 장점을 살려주며 새로운 풍미를 빚어낸다. 쌈은 그렇게 각자의 모난 구석을 안으로 둥글게 감추고, 겉으로는 단단하고 온전한 하나의 모양을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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