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들어내는 단풍빛

#빨간색

by소수지

자연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계절은 가을이다.


여름의 뜨거움이 한풀 꺾이고, 나뭇잎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도심의 공원에서도 가을을 만날 수 있다. 나뭇잎의 색이 변하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계절의 흐름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빌딩 사이로 스며드는 미세먼지와 자동차의 매연, 해마다 길어지는 폭염 속에서 자연은 온전한 제 빛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가을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화담숲을 찾았다.


비가 막 지나간 숲은 고요했다.

구름에 가려 햇살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숲의 색은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들은 한층 짙어진 초록과 붉은빛, 노란빛으로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젖은 잎사귀 위로 맺힌 물방울은 작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특히 단풍은 자신이 가진 색을 숨기지 않았다.

빨간 잎은 더 붉게, 노란 잎은 더 노랗게 빛났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색이 아니라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스스로 만들어낸 색이었다. 누군가의 손길도, 화려한 장식도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은 그저 자기 계절을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화담숲에서 마주한 가을은 화려했지만 요란하지 않았다.


비가 지나간 뒤 더욱 짙어진 숲의 색처럼, 오히려 조용할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자연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고유의 색을 마주하는 순간, 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황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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